"주치의 의학적 소견 함부로 배척할 수 없어"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교통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다가 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간호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어머니인 B씨를 피보험자로 한 운전자보험계약을 맺었다. B씨가 교통사고 상해의 직접결과로 사망했을 때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후 B씨는 운전 중 중앙분리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우울증을 얻어 치료를 받았다. 사고 1년 뒤 배우자인 C씨도 교통사고로 입원했다. 간병하던 B씨는 병원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 쟁점은 B씨가 보험 계약대로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했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1심은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B씨는 교통사고에 따른 정신질환 때문이 아니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교통사고와 B씨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B씨가 교통사고를 당할 때 비가 내렸고 배우자 간병 중 사망한 당일도 비가 내렸다. B씨의 주치의는 비오는 날의 불안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며 날씨가 자극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소견을 재판부에 밝혔다. B씨는 마지막 통원치료 때 우울증은 없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잔여 증상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배우자의 교통사고, 날씨 등이 증세를 악화시켰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주치의의 의학적·전문적 소견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의 행동을 수면 중 이상행동이나 해리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결론이 맞더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가능성을 의학적으로 제시한 주치의의 소견을 배척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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