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검사 향한 재판부 물음…"잘못된 방식으로는 안 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증인이 이규원 검사의 위치에 있었다면, 김학의가 출국 시도를 한다는 정보를 제공받았다면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을까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직 검사에게 재판부가 물었다. 이 검사는 "상당히 고민되는 부분이지만 잘못된 방식으로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조치가 이뤄진 2019년 3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조직범죄과장으로 근무했던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 씨는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연구위원에게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전해 듣고 '경위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은 인물이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3일 오전 12시 20분 인천발 방콕행 저비용 항공사 티켓을 구매해 출국하려다 긴급 출금 조치로 발이 묶였다. 그는 체크인까지 마친 오전 12시 10분 조치가 내려져 나가지 못했고, 3개월 뒤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긴급 출금 조치 과정에서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등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범죄 사건번호를 임의로 기재하는 등 위법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법무부에 제출한 긴급 출국금지 승인 요청서에는 앞서 기재한 사건번호 대신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 1호'라는 내사번호를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검사는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연구위원은 이 검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은 수사기관이 범죄 피의자로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상당히 의심되는 피의자에 대해 긴급 출금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 조치를 둘러싼 재판에서는 △김 전 차관을 피내사자로 볼 수 있는지 △피내사자라면 피의자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공방이 늘 벌어진다.
약 20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고, 사건 당시 사안을 검토하기도 했던 A 씨도 비슷한 결의 질문을 받았다. 김 전 차관을 당시 피내사자 신분으로 볼 수 있냐는 검사의 물음에 A 씨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상황을 잘 몰라서 피내사자로 보는 게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김 전 차관 사건은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주시하고 있었다. 검사는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수사기관인지 물었고 A 씨는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조사기구에 불과한 과거사진상조사단이 과거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을 내사 단계로 볼 수 있냐는 질문을 받자 "당시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에 내사도 포함되는지까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재판부 역시 A 씨에게 피내사자를 출입국관리법상 긴급 출금 대상이 되는 범죄 피의자로 볼 수 있냐고 질문했다. A 씨는 "인권 침해 요소가 많은 긴급 출금은 일반 출금보다 요건을 더 엄격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련 조항에) 피의자를 명시적으로 집어넣었다고 해석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라며 "피내사자까지 (긴급 출금 대상으로) 확대하는 건 입법 취지에 맞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의 신분을 제외한 다른 절차는 모두 문제가 없었다며 "이후 승인 절차는 다 지켜져서 법률 요건은 다 되는데 결국 하나 걸리는 게 피의자인지 여부라 생각해 그 부분에 집중했다"고도 말했다.
재판부의 마지막 질문은 가정형이었다.
"이건 증인의 검사로서 생각을 묻는 것이고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증인이 당시 이(규원) 검사의 위치에 있었다면, 앞으로 처벌할 범죄 혐의가 있다고 생각되는 김학의가 출국 시도를 한다는 정보를 제공받았으면 어땠을까요? 긴급 출국금지를 했을까요?" (재판부)
"상당히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고민을 많이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언론에 나온 것처럼 그런 방식으로는 안 했을 듯합니다. 명백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A 씨)
"긴급 출국금지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재판부)
"일단 긴급 출국금지 자체가 검사에게 생소합니다. 요건도 사건 터지고 나서 찾아본 거지 꿰고 있지 않아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분명히 문제 될 소지가 많지만, 그럼에도 '방법이 없다'라고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요." (A 씨)
김 전 차관의 형사사건은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로 종결됐다. '별장 성 접대' 관련 혐의는 공소시효 완성, 다른 뇌물수수 혐의는 검찰의 증인 사전 면담으로 인한 증언 신빙성 부족 때문이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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