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경위 팀장에 지구대장·파출소장도 한목소리…경찰청은 강경대응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를 둘러싼 경찰 내부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이끈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 조치된 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일선은 물론 허리급 간부들도 인내심에 바닥을 드러낸 모습이다.
경찰 지휘부가 인사권 및 복무규정 등을 통해 일선의 집단 행동을 억제하려고 하지만 사태를 되레 악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나도 징계하라" 경감·경위 이어 지구대장·파출소장도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감·경위급 팀장 회의 추진이 최근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사흘 전인 경찰서장 회의 당일 류 총경이 즉각 대기발령 조치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해당 징계를 계기로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지휘부가 정권 입맛에 흔들리고 있다", "나도 징계하라"는 취지의 글들이 쏟아졌다.
바로 다음날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경찰대 14기)은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오는 30일 경감·경위 등이 모이는 전국 현장팀장 회의를 개최하자고도 요구했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이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동참하자"고 제안하자 '적극 지지한다'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유 대장은 "팀장급도 회의에 같이 하겠다는데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동참하는 것이 같은 '동료'의 의리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퇴직한 경찰관들도 일선에 힘을 실었다.
재향경우회의 세종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경찰의 중립을 저해하는 행안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경우회와 한 '경찰청장 장관' 약속을 지키고 행안부 장관이 지휘하는 현재의 계획을 철회하라"로 촉구했다.
경찰직장협의회 한 관계자는 "세종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경우회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연이어 내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강한 반발에 강한 대응 엄포'…후폭풍 이제 시작
일각에선 경찰국 신설의 후폭풍이 이제부터라고 본다. 갈수록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청이 류 총경 징계 철회 등 일선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 오히려 강경 대응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전날 퇴근길 취재진과 만나 "류 총경은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한 책임뿐 아니라 지휘부의 정당한 직무명령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의 판단으로 거부했다"며 "회의 참석자들 저마다 문제의 경중은 다르겠으나, 사실확인 조사를 통해 응당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경찰청은 전국 시·도경찰청에 '복무규정 준수 강조 지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상관의 직무상 지시·명령 불이행 등 근무기강 훼손 행위를 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있다. 집단·연명·단체의 명의로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내부망 및 SNS 게시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상·하급자와 동료를 무분별하게 비난하지 말라고도 경고했다.
지휘부의 인사 조치 등으로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더욱 커진 상황인데 지휘부가 복무규정 등으로 재차 맞불을 놓은 셈이다.
당장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 시행령안은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같은 날 전국의 직협에선 '회장단 회의' 여부를 놓고 투표를 진행한다.
민관기 청주 흥덕서 직협 회장은 "지휘부의 강경책으로 그동안 경찰국 반대에 힘을 보태준 일선 경찰관 개인의 활동이 소극적으로 변할까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직협 자체는 위축되는 일 없이 제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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