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절차 전부 지적…경찰청 징계 경고에는 '관심 없다'
[더팩트ㅣ아산=주현웅 기자] 총경급인 전국 경찰서장들은 ‘경찰국 신설’ 등을 놓고 법 위반 소지와 함께 의견수렴 절차도 미흡했다며 재논의를 촉구했다.
경찰 지휘부가 이에 뜻을 모은 총경급 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서는 "규정 위반 사항이 없다"며 "회의는 앞으로 또 열릴 수 있다"고 맞섰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3일 오후 열린 ‘경찰의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 경찰서장들은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의 경찰서장 50여 명이 직접 참석했다. 온라인으로도 약 150명이 참여했다. 지지의 뜻을 밝히며 무궁화 화분을 보낸 경찰서장도 약 350명에 달했다. 전국의 경찰서장은 600명 정도다.
이번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총경(울산 중부경찰서장)은 "경찰국 신설과 행안부 장관 지휘규칙 제정 등은 중립성과 책임성이란 경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조치"라며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도 큰 사안인데 시민과 전문가 및 현장 경찰 등 각계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경찰국 신설 법안의 시행 절차가 위법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런 논란들이 완전히 정리되고, 각계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때까지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안 시행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입장과 논의 결과를 곧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전달하겠다"며 "경찰의 책임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본청 지휘부와 현장 경찰이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류 총경은 이날 경찰청이 회의 참석자들에 대해 징계를 예고한 데 대해서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류 총경은 "각 일선 경찰서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휴일에 모여 논의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경찰의 중대한 미래가 걸린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오늘 논의에서는 단 한 명도 경찰국 신설 등에 찬성한 사람이 없었다"며 "필요하다면 앞으로 2차, 3차 회의도 진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번 회의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안 시행이 새 국면을 맞을지가 남은 관심사로 떠오른다.
경찰서장들이 특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경찰에서 이 같은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 지휘부는 회의 전부터 이메일을 보내 총경급 결집을 만류했었다.
당장 일선 경찰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황에서 경찰서장급 간부들까지 정부 방침에 반발한 셈이라 경찰 내부 갈등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전국의 직협 소속 경찰관 50여 명이 회의장에 찾아와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이들은 곳곳에서 ‘전국 서장 회의를 응원합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펴고 서장들에 박수를 보냈다. 또 최근까지 릴레이 삭발 등에 동참했던 이들도 덜 자란 머리카락을 드러내며 "행안부 산하 경찰국 철회, 경찰 중립성 보장" 등을 외쳤다.
울산경찰청 직협에서는 음료트럭을 보내 참석자들에게 무료로 커피와 쿠키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박경운 경기북부 파주경찰서 경위는 "행안부의 경찰제도개선안은 정치적 중립과 시민 인권에 헌신해야 할 민주경찰을 퇴행시키는 조치"라며 "경찰국 신설 등은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직협은 오는 25일부터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와 경찰국 신설 등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선전전에 나선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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