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총장" 불만 터뜨렸던 윤석열 대통령…지금은 "책임장관 권한"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 공석인 채로 차장·부장급 검찰 인사까지 단행할 전망이다. 총장 없이 대규모 인사를 연이어 세 차례 강행한 적은 처음이지만 정부와 법무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르면 이날 고검검사급 신규 보임·전보 인사를 단행한다. 한 장관이 오는 29일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 전에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일부 검사들의 사의로 공석이 있어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하다.
이번 인사는 한 장관 취임 후 단행하는 세 번째 검찰 인사다. 한 장관은 지난달 18일과 지난 22일 두 차례에 걸쳐 인사를 단행했다. 두 차례 모두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총장 부재 상태에서 '친윤'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에 대거 임용됐다. 지난달 18일 첫 인사에서는 검찰 인사위원회 없이 전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검사들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시켰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다. 강행규정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여긴다.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시행을 앞두고 인사가 시급하다는 점도 있지만 '패싱'할 총장도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인사를 세 차례나 단행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전 장관의 검찰 인사를 두고 '총장 패싱'이라고 질타했던 것과 비교하면 검찰 안팎의 반응이 지나치게 조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1월 추미애 전 장관 취임 직후 단행된 첫 검사장급 인사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법무부는 검찰총장 패싱 논란으로 거센 신경전을 벌였다. 대검찰청은 검찰 인사위 소집 30분 전에 총장 호출 요청을 받았다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총장 의견 청취 절차가 있더라도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주장이었다. 추 전 장관이 같은해 8월 단행한 인사에서도 패싱 논란은 계속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치파괴 인사'라는 비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박범계 전 장관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장관은 취임 직후 윤 전 총장과 두 차례에 걸쳐 인사안을 두고 협의했지만, 총장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총장 패싱 논란에 직면하고, '신현수 파동'까지 여진을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인사에서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강하게 드러내왔다. 그는 "다 식물총장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인사권도 하나 없고 완전히 배제됐다"고 했지만, 이번 검찰 인사에서는 사뭇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어차피 검찰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저는 책임 장관으로 인사권을 대폭 부여했다"고 밝혔다.
장윤미 변호사는 "원칙대로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의 의견을 당연히 들어야 한다. 공석인 총장의 의견을 들을 수 없어서 위반이라고 볼 순 없으나 검찰청법 취지상 총장을 임명해서 검찰 인사를 해야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이 국회 출석했을 때 '식물 총장'이라고 언성을 높였는데 거기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검찰총장 임명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의견을 못 듣고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정부에서 검찰총장 후보자를 내세웠는데 야당이 거부한 것도 아니다. 정부에서 후보 자체를 내세우지 못하는데 (총장 부재에 대한) 책임은 정부 여당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중간 간부 인사에 이어 평검사 인사도 총장 공석 상태에서 단행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추천위원회 구성 작업은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총장 추천위원회는 저희가 공개하지는 않고 있으나 추천위 구성은 이미 작업에 들어간 상태고, 스케줄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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