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관계자들도 벌금 1천만 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장균이 검출된 불량 소고기 패티가 아직 남아있음에도 모두 소진됐다고 재고량을 속여 행정처분을 피한 맥도날드 전 관계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맥도날드 김모 전 상무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패티 납품업체 이사였던 송모 씨와 공장장 황모 씨에게는 벌금 10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담당 공무원은 회수나 폐기 절차를 이행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규정은 담당 공무원이 회수나 폐기 대상 물건이 현재 유통 중인지 심사를 하도록 의무하고 있지 않다"며 "담당 공무원이 전국 맥도날드 매장에 대해 패티 재고를 확인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고,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패티 재고 관련 실사를 실시하지 않아 불충분한 심사를 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피고인들이 불량 패티 재고를 고의적으로 숨긴 사실은 있지만 담당 공무원의 업무를 중대하게 방해한 행위는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거짓 언행이 행정처분 면제 결정의 유일한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패티는 피고인들의 위계 행위 다음날 모두 폐기된 점도 고려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세종시 가축위생연구소로부터 소고기 패티에서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뒤, 한국맥도날드 10개 매장에 15박스(약 4500장) 가량 부적합 패티가 남아있음에도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고 담당 공무원을 속여 행정처분을 면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2016년 9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4세 아동이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아 이른바 '햄버거병 논란'이 불거지면서 촉발됐다. 피해 아동 측은 이듬해 7월 한국맥도날드를 고소했다.
검찰은 2018년 2월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가능성이 있는 소고기 패티를 대량으로 납품한 축산물 가공업체 명승식품과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패티를 납품받은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검찰은 재수사를 거쳐 지난해 4월 사건 김 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다만 햄버거와 질병 사이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아닌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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