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인사검증권 이관 논란…인사 전 과정 검찰 출신이 개입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의 법무부 이관이 현실화하면서 '공룡화' 우려가 나온다. 덩달아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 장관의 '소통령', '왕장관'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공직후보자 인사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는 내용의 직제 시행규칙 개정령을 지난 24일 입법예고했다. 관리단은 장관 직속으로 설치되며 단장을 비롯해 인사정보1담당관, 인사정보2담당관 등 20여 명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역대 정권에서 민정수석실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해왔다.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각종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이 정치적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해왔다며 후보 시절부터 폐지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검찰사무 감독와 법무행정에 이어 인사검증 권한까지 몰리면서 법무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줄이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법무부에 권력이 집중되는 '풍선효과'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인사검증 프로세스도 검찰 출신 중심으로 이뤄져 논란이다. 관보에 게재한 공고에 따르면 인사정보관리단에는 최소 3명의 검사가 들어간다. 인사정보관리단장은 검사 또는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담당한다. 1담당관은 검사 중에서 임명해야 하며 공직후보자의 사회 분야 정보 수집·관리를 맡는다. 2담당관은 검찰수사서기관이나 검찰부이사관·서기관·부이사관 중에서 뽑고 공직후보자의 경제 분야 정보를 담당한다. 단장까지 검찰 출신으로 임명하면 관리단의 검사는 최대 4명이다. 이외 수사관 등 검찰 공무원들이 중용될 가능성도 있다. 인사 추천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도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이며 법무부의 검증결과를 최종 점검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은 이시원 전 부장검사다. 임명권은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에게 있다. 공직 인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검찰 출신이 관여하는 셈이다.
법무부는 논란이 이어지자 해명자료를 내고 "음지에 있던 인사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이고, 감시가 가능한 통상의 시스템 안에 두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에 집중됐던 인사추천·검증·검증결과 최종판단 기능을 대통령실, 인사혁신처, 법무부 등 다수 기관에 분산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차적으로 인사검증을 거친 후 대통령실이 최종 점검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장관을 비롯한 누구도 인사검증 과정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단장도 검찰 출신이 아닌 인사분야 전문가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등 대안을 내놨다.
다만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모자라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의 인사검증을 법무부가 담당하면 총리의 인사제청권이 사실상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국무위원 서열도 뒤바뀌면서 '왕장관' '소통령' 시비가 끊이지 않을 수 있다. 인사검증은 정부조직법상 법무부의 사무에도 포함되지 않아 위법 소지도 남는다. 사무를 위탁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왜 꼭 법무부여야만 하느냐는 재반박도 가능하다.
정부는 미국 법무부 산하기관으로서 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갖는 FBI를 선례로 든다. 하지만 110년 넘는 전통 속에 독립성과 중립성을 인정받는 FBI와 인사정보관리단을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참여연대는 "이번 입법예고는 인사검증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점 중 어느 하나도 해소하지 못하고, 사실상 검찰에게 고위공직자와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도록 했을 뿐"이라며 "법무부장관이 인사검증 역할까지 수행하면 견제와 균형은 무너지고 권한의 집중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 고위공직자 인사정보까지 틀어쥔 법무부와 검찰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신공안통치'를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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