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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우정도 깨져…서울교육감 보수후보 단일화 난항

  • 사회 | 2022-05-06 00:00

‘교육감 선출방식 개선’ 요구도

올해 서울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왼쪽부터)조희연 후보, 박선영 후보, 조영달 후보. 사진은 지난 2018년 MBC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교육감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더팩트DB
올해 서울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왼쪽부터)조희연 후보, 박선영 후보, 조영달 후보. 사진은 지난 2018년 MBC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교육감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더팩트DB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흔히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하지만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정반대의 얘기다. 투표일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까지도 중도·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교육감 예비후보들의 단일화 격론은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책 비전은 희미해졌다. 대신 상호 비방이 만연해 정책 수혜자여야 할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선출 방식을 다시 논의해야한다고 제안한다.

◆ "내가 출마하겠소" 단일화 진통, 한 달여 계속

지금 서울교육감 보수후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상호 불신과 대립 및 소송전이다.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강신만·박선영·이주호·윤호상·조영달·조전혁·조희연·최보선 8명이다.

이들 중 조영달(서울대 사범대 교수), 이주호(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조전혁(서울시 혁신공정교육 위원장), 박선영(21세기 교육포럼 대표), 윤호상(전 서울서부교육지원청 교육국장) 5명이 중도·보수 후보로 분류된다.

진통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수도권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교추협)는 올해 3월 30일 조전혁 후보를 단일 후보로 선출했다. 조영달 후보와 박선영 후보가 ‘절차상 불공정’ 등을 문제 삼아 중도 이탈했다. 이어 윤호상 후보와 이주호 후보와 지난달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단일화가 더욱 꼬였다.

지난달 18일 재단일화 기구인 ‘자유민주진영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연합회’(서교연)가 구성되긴 했다. 본후보 등록일인 12~13일까지 일주일 남았는데 계속된 혼란에 결합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

조영달 후보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선거 당일까지 매일 새벽마다 통성기도에 나서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조영달 후보 페이스북
조영달 후보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선거 당일까지 매일 새벽마다 통성기도에 나서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조영달 후보 페이스북

◆ 네거티브에 법정 갈등…'깜깜이 선거' 우려

오히려 네거티브 공방으로 상처를 키워가는 모습이다.

이주호 후보의 경우 조전혁 후보의 고교 시절 학교폭력 전력을 놓고 소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조전혁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그래, 이주호 해명해주마"라며 "후회할 일을 했고 잘못했다는 점을 수차례 얘기해 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다하다 이제는 ‘소위’ 친구라고 하는 이주호까지 나서서 내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을 후벼판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조영달 후보의 교추협 이탈은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교추협 일부 위원들이 서울중앙지검에 그를 고소하며 "조영달 예비후보가 교추협의 단일화 과정을 ‘부정하고 불공정하다’고 폄훼했다"며 "이는 본인의 당선을 위한 거짓말이므로 허위사실 유포이며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와중에 조영달 후보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선거 당일까지 매일 새벽마다 통성기도에 나서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최근에 그는 기도에서 "종북좌파 단체들이 교육을 이끌고 있다"며 "주님의 주권으로 이 나라의 교육을 난도질하며 무질서로 어지럽히는 몰상식한 무리를 벌해 달라"고 빌어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후보들이 네거티브에 매몰된 동안 교육의 청사진은 드러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선거일까지 한 달도 안 남은 까닭에,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책도 모른 채 ‘깜깜이 투표’를 해야 할 우려도 따른다.

교육감 후보들이 비록 소속 정당은 없어도, 정치적 색채를 띠고 공방에 몰두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이새롬 기자
교육감 후보들이 비록 소속 정당은 없어도, 정치적 색채를 띠고 공방에 몰두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이새롬 기자

◆ 교육감 선출, 꼭 이대로 해야할까

이에 따라 교육감 선출 방식의 구조적 문제도 제기된다. 교육감 후보들이 비록 소속 정당은 없어도, 정치적 색채를 띠고 공방에 몰두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번 중도·보수 후보들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작년 보궐선거에서 대선에 이르기까지 진보진영의 부진이 이어져 교육감 선거도 보수 단일 후보로만 나가면 이길 것이란 판단이 짙게 깔려 있다"며 "자신의 경쟁력을 드러내기보다는 상대 약점을 잡고 짓누르는 방식이 정치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발표된 ‘교육감 선거의 특징 분석:후보자는 이념을 유권자는 정당을’ 논문도 한 예다.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책 가치관을 공유하기보다 정당 호감도에 영향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시·도 총 59명의 후보에 대한 이념을 분류하고, 당시 진행된 여러 설문조사 내용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논문은 특히 "교육감 선거에 있어 후보자 및 당선자의 이념적 양극화 현상이 2014년 선거부터 커지고 있다"며 "경선을 통한 공천제도가 없기 때문에 이념적으로 극단적 성향을 띠는 후보자들만으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논문 저자인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는 후보자 정보가 미약하고 관심도도 낮은 편"이라며 "후보자들이 펼치고 있는 선거 전략을 볼 때 유권자들의 교육감 선거 참여와 선택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기보다는 정당공천을 허용해 정책적 차별성을 선명하게 하거나,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도 교육위원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제한적 직선제, 시도지사의 임명 후 동의제 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정당이 교육감을 공천하면 정치적 종속이 이뤄질 수도 있어, 후보가 스스로 지지하는 정당을 밝히는 것 역시 수차례 논의돼 왔다.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곤 있으나 현실에선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대립하는 양상이 반복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며 "지방선거와 비슷한 예산 규모로 치러지는데도 비교적 낮은 관심도 때문에 깜깜이로 이뤄지는 등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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