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규근 "국회 간 날 '법무부서 승인'했다며 공소제기"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일시·장소와 같은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명확히 특정하지 못한 채 결론을 정해 두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관계자들을 수사·기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결론이 정해져 있는 수사·기소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차 전 본부장의 공소사실 중에는 2019년 3월 25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실에서 부하 직원에게 '김학의 (출국금지 관련) 통지는 어떻게 됐냐'고 물은 뒤 일부 정보가 삭제된 출국금지 통지서를 받아 보고 전자 기록에 등록되도록 한 혐의가 있다. 법률 용어로는 '변작공전자기록 행사' 혐의다.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변작해 행사한 범죄다.
공소장에는 2019년 3월 25일 오후 1시 20분~2시 7분 사이 본부장실에서 부하 직원에게 변작된 통지서를 보고받아 전자 기록으로 등록했다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이날 공판에서 차 전 본부장이 제시한 본부장 관용차 운행 일지상 차 전 본부장은 2019년 3월 2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에 머물렀다.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위해서였다.
차 전 본부장은 "지난해 1월 검찰은 피고인의 과천 청사 출입국본부장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 목록에는 관용차량 운행일지도 기재돼 있었다"며 "피고인은 일지상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국회 업무로 여의도에 간 걸로 돼 있다. 이처럼 해당 날짜에 과천 청사 본부장실에 없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압수됐음에도 검찰은 본부장실에서 보고받고 승인한 걸로 기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론이 정해져 있는 수사·기소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도 놓친 채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통지서에 사건번호와 출국금지 요청 기관의 전화번호가 빠져 변작된 문서로 보고 있다. 차 전 본부장은 "(통지서) 상단에 기재된 출입국 심사부 전화번호로 담당자에게 전화해 물어볼 수 있고 10일 안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알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부하) 직원들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내용을) 빠뜨린 건 아니고 법령에 명시된 정도만 남기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라고 항변했다.
이밖에 차 전 본부장은 개개의 검사는 단독 관청으로 상급자 지휘 없이도 출국금지 요청과 같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며 "검사의 권한과 책무를 믿은 것이 죄가 된다는 (검찰 측 논리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이 야간에 해외 도피하는 상황에서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없었다면 재수사를 통한 형사소추가 무산되고 김 전 차관의 범죄 혐의 여부도 가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 본부장과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2019년 3월 23일 오전 12시 20분 인천발 방콕행 저비용 항공사 티켓을 구매해 출국하려는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조회하고 부실한 서류로 절차를 밟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차관은 체크인까지 마친 오전 12시 10분 출국금지가 내려져 나가지 못했고, 3개월 뒤 구속 기소됐다.
김 전 차관은 2013~2014년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9년 이뤄진 재수사로 우여곡절 끝에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핵심 증인을 사전에 면담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증언 신빙성 부족을 이유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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