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입법 추진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간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배 지검장은 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배 지검장은 "의사가 환자를 보지 않고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것처럼,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며 "검사는 피해자들 호소를 들을 수 없게 되고, 기록 너머 숨겨져 있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 지검장은 지난해 구속기소해 최근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김태현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법안이 시행되면 제2, 제3의 김태현 살인사건은 제대로 처리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송치 이후 우발범행을 주장하는 피의자를 보완수사를 통해 계획적인 범행임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헌법을 위반한다고도 주장했다. 헌법상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이 있는데, 이는 수사권을 당연히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배 지검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은 헌법이 부여한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영장을 독자적으로 청구하지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배 지검장은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장치도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은 수사 이외에도 정보, 외사 등 업무까지 담당하는 거대한 공권력 주체"라며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사법통제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이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라고 전했다.
검찰이 '형벌의 집행'이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점도 언급했다. 법안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검경수사권이 조정된 지 1년 남짓 지난 상황에서 수사와 재판에 아직 혼란이 계속되는데도 국회에서 '편법 사보임'과 '위장 탈당' 등으로 졸속 강행한다고도 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의 공정성·정치적 중립성의 우려와 지적은 성찰하지만, 검찰 수사 기능을 박탈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밝혔다. 배 지검장은 "저부터 겸허히 성찰하고 있다"며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통제 장치를 도입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지검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형사사법체계는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벼랑 끝에 도달한 폭주 기관차를 더 늦지 않게 멈춰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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