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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없는 이성윤 재판…'김학의 출금 수사' 외압 누가 넣었나

  • 사회 | 2022-04-16 00:00

'왜 계속 조사하냐'는 검찰국장, '보고 안 받은 걸로 하겠다'는 대검 과장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출금 수사를 막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출금 수사를 막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재판이었지만 '이성윤'은 없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왜 계속 조사하냐. 차라리 나를 입건하라'며 강한 항의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고검장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의 불법성을 수사한 이현철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안양지청은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검사가 허위 사건번호를 입력해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 전 지청장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와 관련해 법무부 공무원을 소환 조사한 무렵인 2019년 6월 윤 전 국장에게서 수사를 접으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전 지청장에 따르면 윤 전 국장은 '이규원 수사하지 말랬는데 왜 계속 조사하냐', '장관이 왜 이런 거 수사하냐고 나한테 뭐라고 한다. 차라리 나를 입건하라' 등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 업무에 관여하는 검찰 최고 요직이다. 이 전 지청장은 "일반 평검사나 부장검사에게는 검찰국장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고검장이 부장으로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소속 김형근 수사지휘과장에게서 '당시 상황 알지 않느냐. 이 보고는 안 받은 걸로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도 증언했다. 2019년 6월 이 검사의 혐의를 기재한 보고서를 보고한 이후의 일로 김 전 과장은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달라. 지청장이 그런 걸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지청장은 김 전 과장과의 통화에 대해 "대검 분위기를 전달하며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몇 분 정도 이뤄진 통화였다"며 "일선청에 책임을 미루려고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일선청에 책임을 미룬다는 게 무슨 말이냐. 수사하겠다는 보고를 안 받겠다는 말이냐'라고 추궁하자 "대검에서 일선청 보고를 받지 않는 것으로 할 정도로 더 이상 수사하지 말고 덮으라는 취지가 아니었나 한다"라고 답했다.

김 전 과장은 이 전 지청장의 대학 후배였다. 이 고검장 측 변호인은 "김 전 과장이 대학 선배이자 사법연수원 기수도 4기 높은 지청장인 증인에게 함부로 지시할 수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겠다는 대검 과장의 발언을 지청장이 외압으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취지다. 이 전 지청장은 "김 전 과장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이야기 못할 것"이라면서도 "대검 반부패강력부 뜻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김 전 과장의 발언이 사실상 '이성윤 반부패강력부'의 압력이나 다름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증인신문 말미 '수사지휘과장은 모든 보고서를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보고하기 때문에 수사지휘과장의 연락이라도 반부패강력부에서 온 연락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이 고검장을 겨냥했다. 이 전 지청장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 전 지청장은 이 사건 피고인인 이 고검장과는 대화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김학의 출금 수사 외압'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이새롬 기자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김학의 출금 수사 외압'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이새롬 기자

재판부는 "일종의 외압으로 생각한 이유를 대검과 윤 전 국장 부분을 분리해 각각 말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이 전 지청장은 "대검에서 승인하고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경위서를 내고 추가 문구를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외압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보고 안 받은 걸로 하겠다'는 김 전 과장의 전화 이후에도 안양지청은 법무부·대검으로부터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고, 같은 해 7월 '야간에 급박하게 이뤄진 일이라 수사 계획 없음'이라는 문구를 넣은 보고서를 대검에 냈다.

이 전 지청장은 윤 전 국장에 대해서도 "법무부 국장이 검찰총장을 통하지 않고 일선청에 직접 전화하면 안 된다. 윤 전 국장의 전화는 압력 행사"라고 분명히 했다.

이 전 지청장이 수사 외압성 발언을 한 주체로 지목한 윤 전 국장과 김 전 과장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지난달 30일 재판부는 검찰에 "(이 고검장 공소장에) 청와대, 법무부 관련 공소사실이 있는데, 이 고검장과의 관련성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고 단순한 사실관계만 기재돼 있다"며 "다른 관계자가 공소 제기될 가능성은 없느냐"라고 물었다. 검찰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공범을 기소하든지, 피고인 측에서 (공범을) 이용했다는 관련성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공소사실만으로는 그런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 수사를 하겠다고 보고한 안양지청에 외압을 가해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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