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지검, 일선 검사-간부까지 일사불란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한 달 앞두고 추진되는 더불어민주당의 수사권 폐지 추진에 검찰이 조직적 반발에 나섰다. 다만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립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등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여론의 추이를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번 움직임의 직접적 계기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공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법사위 박성준 민주당 의원과 기획재정위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맞트레이드'하면서부터다.
이럴 경우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가 민주 3, 국민의힘 2, 무소속 1명 구도가 돼 검찰 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은 최근 의원총회를 이어가며 이른바 검찰개혁법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기도 하다.
법사위 의원 사보임이 이뤄진 이튿날인 8일 오전부터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민주당의 수사권 폐지 방침을 성토하는 글이 빗발치면서 대검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김오수 총장은 대검 간부의 수사권 폐지 반대글 게재를 승인하더니 오후 3시 공식 입장을 내기에 이른다.
대검은 이날 입장문에서 "현재 시행 중인 개정 형사법은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들이 확인돼 지금은 이를 해소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며 수사권 폐지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어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서도 8명의 고검장은 대검의 입장을 지지하며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법안이 국민적 공감대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정치적 차원에서 성급하게 추진되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구지검도 본청과 8개 지청의 검사장, 지청장 전원을 포함해 검사·과장이상 전 구성원 약 150명이 참여하는 실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지 1년 여 밖에 되지 않아 실무상 혼란이 큰 상황에서 또다시 신중한 검토 없이 국가의 형사사법제도가개편되는 경우 국가 범죄대응 역량이 크게 저하되고 국민들께서 큰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검찰 내에서 특별한 이견없이 일사불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주목된다. 2020년 말 윤석열 당시 총장 징계 국면보다 강경한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사람'으로 지목된 김오수 총장조차 앞장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이성윤 고검장 등이 포함된 고검장 회의에서 한 목소리가 나온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창일 때는 수사-기소권 분리 추진에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내지 못했지만 목소리도 훨씬 높아졌다. 문무일 전 총장, 윤석열 전 총장도 재임 시절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고 마약 등 전문분야별 수사청을 독립시키는 방향을 제시하며 완곡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총장직 사퇴 후 수사·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는 데 방점을 찍고 법무부 장관 수사권 폐지, 독립 예산편성권 보장까지 나아간 그가 당선되자 그동안 억눌렸던 불만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검찰의 조직적 반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오는 12일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가 불씨에 붓는 기름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당론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후 윤석열 당선인 취임 전에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한다.
다만 검찰은 여론 지지를 얻기 위해 '자구책'을 제시할 움직임도 보인다. 8일 열린 고검장 회의에서는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를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검찰공화국' 우려를 불식시켜야 수사권 논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공감대도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구지검 검사회의에서도 "국민에게 사정을 소상히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1일 오전 10시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논의할 전국 검사장 회의도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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