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법무부 보고 취소 후 시작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꽃 배달 왔습니다. 장관실에요."
정부과천청사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화분이 연일 배달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박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인수위 법무부 보고가 취소되는 등 공격을 받자 지지자들이 응원에 나선 것이다.
법무부로 배달된 화분과 꽃바구니는 29일 오후 기준 5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울산, 충남 계룡, 전북 전주, 경기 화성 등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화분의 리본에는 '힘내세요',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하는 장관님을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화분은 지난 25일부터 배달되기 시작했다. 인수위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취소시킨 다음 날이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다. 이후 박 장관은 "업무보고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 폐지에 찬성하는 등 박 장관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낸 것도 응원화분의 배경으로 보인다. 정권 말 박 장관이 이른바 '탱커' 역할의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꽃 배달업체 관계자는 하루 여러 번 정부과천청사 고객안내센터를 드나들면서 화분을 배달 중이다. 25일과 28일에 가장 많은 수가 배달됐으며 28일에는 화환이 등장하기도 했다. 통행하는 직원들의 불편을 우려해 화분은 대부분 장관실로 옮겼다고 전해진다.
법무부에 화분을 보냈다는 40대 남성은 "저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갑자기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는 공약을 들으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박 장관이 주관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업무보고 문제 등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2030 여성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박 장관을 응원하는 목소리나 후원도 이어진다고 한다.
검찰을 둘러싼 '꽃 응원' 문화는 지난 2020년 이른바 '추윤갈등' 국면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자 윤 당선인의 지지자들은 서울 서초구 대검 앞에 화환을 늘어세웠다. 이에 맞서 여권 지지자들도 추 전 장관에게 응원 꽃바구니를 보내면서 '꽃 대전'에 참전했다.
최근 김오수 검찰총장도 응원화환을 받았다. 윤 당선인의 측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 총장에게 사퇴를 압박했으나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히면서다. 대검 청사 앞 길가에는 지난 18일부터 '김오수 총장님 응원합니다', '임기를 끝까지 수행해주세요' 등의 응원 문구가 적한 화환이 늘어섰다.
법무부 인수위 업무보고는 29일 오후 진행됐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법무부가 "큰 틀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박 장관은 (공약에 대해) 언급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런데 윤 당선인에 대한 입장을 밝혀 직원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이라고 밝히며 박 장관과 법무부의 의견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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