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에 강경 대응으로 기선 제압…검찰권 강화·적폐수사 땅다지기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들어가면서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 재구성 구상'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선 공약에서 드러낸 검찰권 강화는 물론 문재인 정부 법무·검찰에 상당한 적대감이 재확인되면서 취임 후 커다란 격랑이 예상된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인수위 보고가 예정됐던 24일은 예고편이었다. 돌연 법무부의 업무보고가 사실상 취소되고 대검 보고만 진행됐다. 23일 코로나19 확진 후 복귀 첫날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윤 당선인의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공약 반대 입장이 이유였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이날 오전 긴급히 입장문을 내고 박 장관을 성토했다.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엄중한 사태' 등 높은 수위의 표현이 등장했다. 법무부 보고 취소도 당일 아침에서야 급박하게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과는 무관한 독자적 입장 발표였다고 전해졌으나 이같은 전격적 조치가 전혀 공감없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쉽지않다. 윤 당선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정부 검찰개혁이란 게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위해 한 건데 5년 동안 해놓고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싸늘한 속내를 드러냈다. 수사지휘권 폐지나 예산편성권 독립은 검찰의 중립성이 선행돼야한다는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었다.
윤 당선인 측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으나 박 장관은 예전부터 수사지휘권 폐지를 반대해왔고 특별히 새로운 내용도 없었다. 이에 인수위의 전격적인 조치는 취임 후 추진될 '검찰 재구성 구상' 실행을 위한 기선 제압, '예광탄' 성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위는 단독 진행된 대검 보고에서는 수사지휘권 폐지, 독자적 예산 편성권, 공정과 상식 및 법치주의 회복을 위해 공약한 사항에 깊이 공감했다고 전해 일각의 반발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인수위원들이 '종래 일부 검사들이 보인 정치적 행태에 강하게 질책했다'고 따로 공개한 점도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법무·검찰에 중용된 일부 검사들에 대한 향후 대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이 인사상 불이익 뿐 아니라 법적 책임도 추궁받을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검 보고에서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 개정이 논의된 것도 주목거리다. 특히 공소장을 정식 공판 개시 전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 도마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쟁점화된 바 있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금지를 실질화하기 위한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상징적 조치였다. 이에 따라 공소제기 전 검찰의 수사 내용 공개를 사실상 금지하는 핵심내용까지 손질될 여지도 거론된다.
이날 인수위를 둘러싼 파장과 지금까지 공개된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 관련 입장을 종합하면 밑그림이 좀더 구체화된다. 결국 검찰권 강화와 '적폐 수사'를 위한 사전 땅다지기 작업으로 귀결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보완수사 확대를 내용으로 한 책임수사제도 공약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의 법무부·경찰 이관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우선권을 폐지하고 조직 폐지도 염두에 두고있다. 공교롭게도 공수처는 정식 업무보고 없이 간담회 형식으로 격하돼 인수위원을 만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이 폐지를 못박은 여성가족부도 업무보고를 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밖에도 대통령령을 손질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장할 가능성도 높다. 현 정부도 한때 추진했던 사항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도 검찰의 기업수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앞서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기현 원내대표가 김오수 총장의 자진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수사지휘권 완전 폐지 등은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을 장악한 국회 문턱을 당장 넘기 힘들지만 입법부를 거치지 않고도 당장 실행 가능한 조치도 적지않아 윤 당선인의 대통령 정식 취임 후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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