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술에 취한 채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측이 첫 공판에서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만취한 상태라 사물 구별 능력이 미약했다"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차관, 사건을 무마한 혐의(특수직무유기 등)를 받는 경찰관 A 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은 술에 취해 택시로 귀가하던 중 기사를 폭행했다. 피해자와 합의한 뒤 사건에 관한 영상 삭제를 요청해 피해자가 조사 도중 카카오톡 대화방 안 영상을 삭제하게 함으로써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전 차관 측 변호인은 "두 공소사실 가운데 운전자폭행죄에 관한 객관적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피고인은 다량의 음주 뒤 만취한 상태라 자신이 어디에 있었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사물 구별 능력이 미약했다"라고 설명했다.
증거인멸교사죄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애초 (영상을 삭제해달라는) 피고인 부탁을 그 자리에서 거절한 뒤 참고인 조사를 받던 중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 날까 봐 수사관이 안 보는 사이에 영상을 삭제했다. 피해자가 영상을 삭제한 건 피고인 부탁이 아닌 자발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라며 "교사범과 피교사자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피해자가 삭제한 영상은 원본이 아니라 카카오톡 서버에 임시 저장된 파일로 갤러리에 원본이 남아 있었다. 여러 영상 파일이 존재하는데 한 파일을 지운 게 형사사법작용을 방해하는 증거인멸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 상황에서 유포될 경우 언론·정치 공세에 시달릴 걸 우려해 부탁한 것으로 수사기관과 사법행정 작용을 방해할 증거인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 A 씨는 이 전 차관의 사건 영상 존재를 알았으면서도 단순 폭행죄로 내사 종결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특수직무유기) 등을 받는다. 영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허위 내사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 결재를 받은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있다. A 씨 측은 이날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특히 허위공문서작성죄에 대해서는 "(보고서) 작성 이후에 영상의 존재를 알게 됐기 때문에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1월 귀갓길에서 택시기사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합의금 1000만 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당초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혀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이 전 차관이 2020년 차관직에 임명된 뒤 언론 보도돼 재수사가 이뤄졌고, 검찰은 지난해 5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로 이 전 차관을 재판에 넘겼다. 단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지만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기소할 수 있다.
다음 재판은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재판부는 2차 공판에서 이날 피고인 측이 밝힌 입장에 대한 검찰 의견을 듣고, 증거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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