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뱅고시닷컴' 변호사 절반이 가입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법률문제를 맞딱드린 일반인들은 막막하다. 지인 중에 변호사가 있더라도 속내를 털어놓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인터넷에 관련 키워드를 검색을 해봐도 적절한 조언을 얻거나 사건을 맡아줄 전문변호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변호사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대형로펌 소속이 아닌 이상 변호사들은 지인 소개나 사무장의 능력에 의지한다. 법률소비자와 변호사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가 출시됐지만 현재까지 법조계에서는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리걸테크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헌법재판소까지 간 '로톡' 분쟁
법률 플랫폼의 대표격인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해묵은 갈등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이어 헌법재판소에서까지 진행 중이다. 공정위와 경찰이 연이어 로톡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변협이 이의신청을 예고하고 나서 분쟁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이종엽 대한변협회장과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게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로앤컴퍼니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공정위 또한 앞서 로앤컴퍼니가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변협의 신고에 대해 무혐의 결정하고, 오히려 플랫폼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겠다는 변협의 징계 방침이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제 변협의 광고규정이 변호사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변협이 문제 삼는 로톡의 서비스는 변호사 광고 서비스와 형량예측 서비스다. 로톡은 이혼, 상속, 부동산 등 각 전문분야별 변호사들을 무작위로 노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변협은 지난해 5월 광고규정을 개정해 인터넷 플랫폼에 변호사들의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로록 가입 변호사수가 창립 이후 8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3월 가입 변호사수는 3966명으로 전체 변호사(3만1000여명)의 약 15%를 차지했으나 변협이 개정된 광고규정을 근거로 변호사 징계를 예고하자 지난해 8월 2855명으로 급감했고, 한달 후인 9월에는 1901명을 기록, 2000명선 아래로 떨어졌다. 정직 이상의 처분을 받을 경우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 형량예측 서비스는 광고규정 개정 이후 중단한 상태다.
◆'IT 공룡' 우려 VS 법률서비스 대중화
변협은 로톡이 또 하나의 'IT 공룡'으로 권력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변협은 로톡의 서비스가 '변호사 아닌 자가 금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사법에 저촉되고, 시장 지배적 지위에 오른 뒤에는 요금을 올려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로톡은 IT기술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법률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투명한 정보로 법률서비스를 대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로톡 관계자는 "법률시장에서 불법 브로커를 통한 사건 수임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며 "법률 플랫폼이 불법 브로커를 대체하는 역할까지 할 것"이라고 했다. 법률시장 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로톡 가입 변호사 중 78.7%가 개업한 지 만 10년 미만의 청년변호사들이고,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변호사 중 70.2%를 개업 10년 미만의 변호사가 차지한다.
정부는 로톡의 편에 서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개시하면 법무부가 대한변협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변호사법 제86조는 대한변협이 법무부 장관의 감독을 받도록 규정한다. 법무부 장관은 대한변협의 총회 결의가 법령이나 회칙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법무부는 앞서 경찰에 로톡 등 광고형 플랫폼이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유권해석도 전달한 바 있다.
◆'뱅고시닷컴' 日변호사 절반이 가입…한발 늦은 리걸테크
해외 사정은 어떨까. 가장 가까운 일본에서는 법률 플랫폼 중 가장 큰 뱅고시닷컴에 변호사 전체 4만300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2만1000여명이 가입해있고, 뱅고시닷컴은 2015년에 상장돼 현재 시가총액이 1589억만엔(약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또 한명의 변호사가 여러 법률플랫폼에 가입해 다양한 경로로 법률소비자와 접촉하고 있다.
일본은 플랫폼 운영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 마련을 통해 법률 플랫폼 운영 합법화의 길을 열었다. 지난해 9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낸 보고서 '외국의 법률 플랫폼 규제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법률서비스 플랫폼 운영 초기 변호사법 위반 소지에 대한 지적이 계속 이어졌다. 이에 일본변호사연합회는 2018년 '변호사 정보 제공 웹사이트의 게재에 관한 지침'을 세워 제공했다. 지침을 살펴보면 미리 명시된 검색조건에 근거하지 않고 플랫폼 운영자의 판단으로 변호사 정보를 선별·가공하는 경우는 불법 '주선'으로 간주한다. 또 변호사가 소개받는 사건 수에 대응하는 비용산정을 하는 경우에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한변협도 일본의 사례와 같이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거대 플랫폼이 법률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 공감대가 있다. 이에 법무부와 변협, 각 지방변호사회 간의 활발한 논의를 통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변호사의 공공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법률 플랫폼에 대자본이 들어가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라며 "법무부도 지난해부터 로톡에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고려해달라는 당부는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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