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측 "윤대진 연락에 지청장 입장 바뀌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한 검사가 대검찰청에 수사 사항을 보고하자 "수사가 돌연 멈췄다"라며 의구심을 드러내면서도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부장으로 있던 반부패·강력부에 보고됐는지는 추측일 뿐이라며 확신하지 못했다. 이 고검장이 부장으로 있던 반부패·강력부에서 보고를 받은 뒤 수사를 무마했다는 공소사실과 다소 결이 다른 증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고검장의 세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와 관련해 이규원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 수사를 맡았던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 씨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관련 의혹 수사는) 현직 검사가 수사 대상이고,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수사도 아니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느낌이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그러면서 "대검도 (관련 보고가 올라가면) 상당히 부담이 될 거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일단 보고되면 수사를 멈출 수 없었을 텐데, 수사가 돌연 멈추긴 했다"라고 증언했다.
수사팀은 2019년 6월 17일·18일 이 검사의 범죄사실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대검에 보고했다. 이날 A 씨는 해당 보고서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냐는 검사의 물음에 "그 부분(반부패·강력부에 보고됐다는 것)은 추측"이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추측이라는거냐'라고 되묻자 "수사를 하기 위한 거라 그렇게 추측하는데, 보고됐는지 안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A 씨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위법했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는 "긴급 출국금지는 피의자 대상으로만 하게 돼 있는데 당시 김 전 차관은 피의자가 아니었다. 검사가 개입된 사건이라 '검사가 그런 일을 그냥 했겠어. 법적 근거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판례 등을 검토했으나 관련 사안으로 국가배상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며 "긴급 체포와 달리 출국금지는 법원 없이 행정부 안에서 (조치 절차가) 끝나기 때문에 훨씬 엄격한 요건이 요구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형사소송법상으로는 검사 외에 수사할 사람이 없었다. 수사할 가치가 있는 범죄 혐의라면 검사는 수사해야 한다"며 "검사가 즉시 보이는 증거에도 눈 감았다면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이 고검장 측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당시 지청장이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연락을 받은 뒤 수사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외압을 행사한 주체는 이 고검장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이현철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의 수사기관 진술을 꺼내 들었다. 윤 전 국장은 이 전 지청장에게 전화해 "검찰이 엄청 욕먹을 뻔했는데 이 검사가 대응을 잘해서 검찰이 살았다. 차장도 (출국금지를) 승인했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변호인은 해당 진술을 언급하며 "이 전 지청장이 이 검사 수사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건 윤 전 국장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아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A 씨는 "저는 모른다"라고 답했다. 이 전 지청장은 사법연수원 25기로 주요 검사장 승진 대상 기수였다는 것이 변호인의 설명이다. A 씨는 "이 전 지청장님의 기수까지는 모른다. 지청장님이 승진 가능한 기수 안에 있었다는 정도만 안다"라고 답했다.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사 인사 업무를 담당하냐는 이어진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 변호인은 "종합적으로 사건 구성을 해야지, 안양지청 사건을 대검이 수사지휘했으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고검장이 수사를 막았다고 기소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검이 지휘한 수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책임을 이 고검장에게 물을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 고검장의 다음 재판은 3월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날 증인은 이 전 지청장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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