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 공원 배변·소음 문제로 갈등…출입 제한도
[더팩트|이진하 기자] 서울에는 시가 직접 운영하는 도심공원 반려동물 놀이터가 3곳 있다. 동작구 보라매공원과 마포구 월드컵 공원,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등이다.
놀이터가 있어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많이 출입하지만 공원을 이용하는데는 제한이 많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과 키우지 않는 시민과 갈등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놀이터를 아예 폐쇄하는 곳도 있어 반려인들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상황이다.
◆기저귀 채우기, 최선입니까? 잔디광장 막은 보라매공원
'반려동물 기저귀 미착용시 광장 출입을 제한합니다.'
보라매공원 잔디광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안내판.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갈등이 만들어낸 고육지책이다.
보라매공원은 서울에서 가장 최근인 2016년 4월 반려동물 놀이터가 설치됐다. 지난해 하반기 일부 시민들이 반려동물의 잔디광장 출입을 제한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공원은 2주 연속 민원이 발생하자 시민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70%가 배설물이나 어린이 위생 등의 문제로 잔디광장 내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려동물 금지 안내문이 부착되자 반려인이 반발했고 결국 '기저귀 착용'이란 조건이 붙었다. 공원 관계자는 "2~3년 뒤에 다시 설문 조사를 해 규정을 바꿀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저귀를 차라는 조건은 사실상 출입금지 통보나 마찬가지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반려견에 기저귀를 채우느니 아예 다른 곳을 산책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현장에도 기저귀 찬 반려견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 주민인 홍 씨는 "비반려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만 원래 없던 공원 내 규정까지 만들면서 강아지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산책시키라는 것은 좀 억지"라며 "함께 공간을 이용하고 싶은데 이 방법이 최선일까 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김 씨는 "반려인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된다"며 "지금도 야간 산책할 때 잘 안 보이니까 일부 사람들은 배변처리를 잘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고 공감했다.
◆ 겨울에는 묻닫는 어린이대공원 "왜 만들었는지 의문"
2013년 서울에서 가장 먼저 마련된 어린이대공원 내 반려동물 놀이터. 이곳에서는 반려동물이나 보호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겨울 석달 동안은 놀이터를 폐장하기 때문이다. 대공원 내 다른 공간은 동물원이 있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의 출입이 아예 제한된다.
공원 관계자는 "공원 내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반려동물도 이곳의 동물과 접촉했을 시 전염병과 같은 유행성 질병 피해를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려동물 놀이터는 주차장 근처 한편에 있어 사람은 물론 동물과 접촉이 불가능한데도 폐쇄됐다.
광진구에 사는 박 모씨는 "반려동물 놀이터는 공원 중심과 매우 떨어져 있는 협소한 공간인데 이마저도 겨울에 운영을 안 하니 저 공간을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라며 "공원 내 동물이 있어서 출입이 제한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저 넒은 공간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광진구 인근에 사는 반려인들은 주택 골목이나 어린이대공원 주변을 돌며 산책시키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로 작은 배려에 통제구역 없는 월드컵공원
반려견 통제 구역이 없는 곳은 월드컵 공원 단 한 곳이다. 공원 내 연못에 대한 주의사항 표시만 있을 뿐 어느 곳에도 반려동물 통제 구역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월드컵공원 관계자는 "약 5년 전쯤 우리 공원도 시민들의 민원 때문에 한 때 반려동물의 잔디밭 출입을 제한한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반려인들의 요청으로 제한 구역이 풀렸다"고 설명했다.
상암동에 사는 김 모씨는 "추워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산책을 위해 나오게 된다"며 "잔디밭에서 실컷 뛰어놀 수 있게 해주고 싶지만 남들의 시선 때문에 주로 평일에만 공원에 나오고 사람이 몰리는 주말은 되도록 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지만 이런 배려가 계속된다면 반려인과 비반려인들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늘어나는 반려동물 인구에 맞춰 올해 반려동물 놀이터를 25개 자치구 전체에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반려동물 시설은 조성할 때 세 공원의 사례가 참고가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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