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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경심 PC 증거 채택 안 한다…재판 새 국면

  • 사회 | 2021-12-24 11:43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원이 정경심(사진) 전 동양대 교수의 강사 휴게실 PC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선화 기자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원이 정경심(사진) 전 동양대 교수의 강사 휴게실 PC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선화 기자

"피의자 참관 하에 정보매체 확보" 대법 판결 수용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제3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휴대전화 등에서 증거를 찾으려면 피의자가 포렌식에 참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원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강사 휴게실 PC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 전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 "동양대 조교 김모 씨가 임의 제출한 (정 전 교수의) PC, 자산관리인 김 모 씨가 임의 제출한 PC는 모두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정 전 교수 측은 동양대 휴게실 PC 등을 '위법수집증거'(위수증)라고 주장해 왔다. 정 전 교수 소유의 전자정보가 담겨 있는데도 검찰이 동양대 조교의 동의만 받고 확보했다는 이유다. 정 전 교수만 기소된 사건의 1·2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고 PC에서 나온 증거 등을 바탕으로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정 전 교수의 위수증 주장에 힘이 실린 건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다. 대법은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과정에서 필수적인 피의자 참여권 보장 등 절차적 권리를 임의제출 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학교수가 2013, 2014년에 걸쳐 만취한 제자를 추행하고 신체를 촬영한 사건에 대한 판단이다. 검찰은 2014년 범행 피해자에게서 교수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았는데, 이 휴대전화에서 2013년 범행까지 발견돼 모두 기소했다. 대법은 2013년 범행에 관한 증거는 피의자인 교수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이후 정 전 교수 측은 대법 판결을 들어 PC 확보의 위법성을 거듭 지적했다. 검찰은 "대법 판결을 아전인수로 해석하면서 억지로 짜 맞추고 있다"라며 반발했다. 대법 판결은 '피의자'가 보관하던 정보 저장매체를 제3자가 임의 제출할 때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 전 교수의 경우 본인이 아닌 조교라는 '제3자'가 보관하다가 임의 제출한 경우라 대법 판결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제3자가 공범인 경우라도 (제3자의) 임의제출 의사만으로 실질적인 피압수자의 의사를 수사기관이 추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난달 18일 자 대법 전합 판결의 취지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제3자 조교 김 씨는 물론 공범인 자산관리인 김 씨가 보관하고 있더라도 실질적 피압수자인 정 전 교수의 의사까지 헤아렸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의 PC에서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대법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이 있다. 정 전 교수의 오촌 시조카 조모 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사건과, 자산관리인 김 씨의 증거은닉 혐의 사건이다. 검찰은 대법에서 PC 증거의 적법성을 두 차례 확인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판결이 확정되기는 했지만 이들 사건 재판 내내 실질적 피압수자 참여권에 관한 사안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며 "대법에서 직권 심판할 권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하급심 재판) 기록상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안을 직권 심판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 판단에 "대법 판례 취지를 오해하고 계신게 아닌가. 저희는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서면으로 이의 제기 이유를 보완해달라"라고 했다.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의 공판은 겨울 휴정기를 거친 뒤 1월 중순부터 이어질 예정이다. 자산관리인 김 씨를 비롯해 동양대 직원·교수 등이 증인석에 설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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