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가족관으로 막연히 불허하면 안 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이라면 조부모도 손주를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8일 A씨 부부의 입양허가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 부부의 딸 B씨는 고등학생 때 임신해 혼인신고 후 출산했지만 곧 이혼했다. 친권양육자로 지정된 B씨는 부모에게 생후 7개월된 아기를 맡기고 떠났다. 부부는 외손자를 친자식처럼 키웠고 친부모는 아이와 전혀 교류하지 않았다. 손주도 외조부모를 부모로 알고 컸다.
A씨 부부는 외손자를 입양하기로 결정했고 친부모도 동의했다. 민법상 미성년자 입양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해 입양 허가를 청구했다.
1,2심 법원은 입양을 허용하면 친어머니가 누나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생긴다며 입양을 허가하지 않았다. 외조부모로서 손주를 양육해도 어떤 제약이나 어려움도 없다고도 판단했다. 미성년 후견제도 활용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반면 대법원은 미성년자 입양 허가를 판단할 때는 입양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가 최우선 고려대상이라고 봤다. 자녀가 행복할 수 있고 친생부모가 동의한다면 입양을 허가해도 된다는 판단이다.
다만 판단에 앞서 청구인이 외조부모이기 때문에 자녀에게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살펴야한다고 강조했다. 입양의 주목적이 자녀 양육과 보호 때문인지 친어머니의 재혼 등 다른 혜택인지 주의깊게 봐야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가사조사나 상담으로 친부모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직접 양육 의사가 생긴다면 입양 동의를 철회하도록 권할 것도 주문했다. 민법상 범위 밖인 13세 미만 자녀더라도 적절한 방법으로 본인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구체적 심리 과정 없이 전통적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 친족관계 변경이 자녀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여겨 입양을 불허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조재연·민유숙·이동원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친부모가 생존했을 때 조부모 입양 허가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부모가 입양사실을 숨기고 친자녀처럼 키우려한다면 양부모로서 양육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입양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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