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친분 등 묻자 민감한 반응…삼부토건 또 다른 인연 '황 사장'도 주목
[더팩트ㅣ주현웅·정용석 기자] "그런 얘기 하지 마!"
조남욱(88) 전 삼부토건 회장이 '쥴리 논란'을 다시 폭발시킨 김건희 씨와 관계 및 여러 의혹들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반적 예상 범주를 벗어난 반응이어서 취재진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조 전 회장은 바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쥴리'란 예명으로 술자리에 동석했다고 주장한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의 폭로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안 전 회장이 '쥴리'를 만나게 된 게 바로 조 전 회장이 소개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안 전 회장은 김건희 씨가 '쥴리'라고 처음 실명으로 주장했다.
조 전 회장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마주했다. 지난 6일 안 전 회장이 '1997년 5월 라마다르네상스호텔 나이트를 방문했다가 조남욱 당시 삼부토건 회장의 초대를 받아 6층 연회장에서 접대를 받았는데, 그 당시 ' 쥴리'라는 예명을 쓰던 김건희 대표를 만났다'라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은 지 5일 만이다. 안 전 회장의 폭로 이후 언론사 접촉은 처음이다.
조 전 회장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한때 국내 건설업계 주요인물이자 친동생인 조남원 전 삼부토건 부회장의 빈소를 방문했다. 조 전 부회장의 별세 이틀째인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이었다. 인적은 드물었다. 조 전 회장은 간혹 주변의 부축을 받았지만 거동에 큰 불편은 없어보였다. 조 전 회장은 오전 내내 조문객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낮 12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빈소를 나서며 <더팩트> 취재진과 마주친 그는 처음부터 경계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취재진은 다가가 삼부토건 회장 시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수차례 골프를 치는 등 친분이 실제 깊었는지, 1997년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쥴리’ 김건희 씨를 소개한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었다.
조 전 회장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듯했다. 몇 차례 기자 신분을 밝히고 질문을 반복한 끝에 뒤늦게 질문을 알아들은 그는 버럭 성을 냈다.
"그런 얘기 하지 말어!"
조 전 회장은 세 차례 소리지르듯이 외쳤다. 옆에서 수행하던 남성 세 명도 "쫓아오지 마라, 상중이다"라며 취재진을 막아섰다.
"다 부인하시는 거냐"는 질문에 답변 없이 조 전 회장은 검정색 세단에 몸을 싣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조 전 회장은 김건희 씨와 관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후보와는 오래 전 교류하던 사이로 알려져 더욱 이들의 관계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조 전 회장이 현역 시절 전현직 고위 검사들과 폭넓은 관계를 유지할 당시 일정표에는 자주 '윤 검사'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검사'는 윤석열 후보로 추정되고 있다.
◆조남욱 전 회장 일정표에는 '윤 검사'와 골프· 오찬 4회 이상
<더팩트>가 확보한 조 전 회장의 2011~2012년 개인 일정표에는 ‘윤 검사’가 최소 4회가량 골프, 오찬 약속 등으로 표시돼 있다. 윤 후보가 대검찰청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낼 때다. 삼부토건 경영진은 2011년 횡령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됐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옛 이름 김명신, 장모 최은순 씨, 이들과 밀접한 관계였다는 양 모 검사의 이름은 일정표에 더 많이 등장한다. 조 전 회장은 김건희-최은순 모녀와 오래 전부터 친밀한 관계였고 윤 후보에게 김건희 씨를 소개해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조 전 회장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김건희 씨와 관계 때문이다. 조 전 회장이 1997년 5월 7일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연회장에서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의 술자리에 ‘쥴리’로 불리던 김건희 씨를 합석시켜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안 전 회장은 '열린공감TV'와 인터뷰에서 당시 조 전 회장이 김씨를 ‘김 교수’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 측은 당시 김 씨는 조 전 회장을 알기도 전이며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생 신분으로 교수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실제 조남욱 전 회장 일정표에 김명신(개명 후 김건희)이라는 이름은 2004년 이후 등장한다. 조 전 회장과 관계를 놓고는 10년도 지난 일반적인 대인관계이며 식사 및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고, 어떤 사건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 전 회장은 그동안 거론된 윤석열 후보, 김건희 씨와의 관계를 놓고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더팩트>의 취재에 그는 민감한 반응만 남기고 떠났다.
◆종적 감춘 황하영 동부전기산업 사장과 삼부토건, 그리고 윤석열 후보는 어떤 인연?
삼부토건과 윤 후보와 인연은 또 있다. 바로 황하영(69) 동부전기산업 사장이다. 강원 동해에 있는 동부전기산업은 삼부토건의 하청업체로 2009년부터 약 10년 동안 매출의 약 80%를 삼부토건을 통해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가 확보한 조 전 회장의 1997~2012년 개인 일정표와 메모에 그는 종종 등장한다. 2006년 10월 5일, 2011년 8월 13일에는 각각 ‘뉴서울(황하영사장·윤검사)’, ‘만찬·윤검사·황사장’이 병기됐다. 윤검사는 윤석열 후보로 추정된다.
황 사장은 지난 7월 29일 강원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윤석열을 사법고시 보기 전부터 알았고 강원도에서 근무할 때 더욱 친분을 쌓았다"고 밝혔다. 강릉은 윤 후보의 외가인데다 외종할아버지인 이범모 전 의원은 강릉에서 11~12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 유력인사여서 인연을 맺었을 수 있다. 윤 후보는 1996년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근무했다. 당시 황 사장은 동해시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의 법무부 법사랑위원이다. 범죄예방과 청소년선도활동을 목적으로 전국 지방검찰청과 지청에서 운영하는 민간 봉사단체다.
황 사장은 최근 종적을 감춘 상태다. <더팩트>는 여러 차례 황 사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만나거나 통화할 수 없었다. 동해에 있는 그의 회사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주변 인물들도 "거의 3개월째 보지 못 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지난 11월 황 사장을 우연히 만났다는 인사는 ‘왜 숨어 지내냐’고 물었더니 "매스컴 때문에 피곤해졌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떳떳하면 언론에 입장을 밝히라’고 권하자 "누명을 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황 사장은 평소 지역 사정기관 간부들과 관계를 두텁게 맺어왔다는 복수의 증언도 들린다. 실제 동부전기산업에는 강원지역 모 경찰서 과장을 지낸 경정 출신 인사가 일하고 있다. 그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입사 경위를 묻자 "자가격리 중이라 지금은 일을 하지 않는다"며 끊었다.
◆윤석열 후보의 수행비서는 황 사장의 아들
윤 후보와 황 사장이 특수관계가 아니냐는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윤 후보의 수행비서인 황 사장의 아들이다. 윤 후보는 대선출마 선언 전부터 그를 수행원으로 기용했다. <더팩트>가 지난 6월 포착한 윤 전 총장의 윤봉길기념관 답사 현장에서 수행했던 사람도 그다.
30대 초반인 황 씨는 윤 후보와 김건희 씨를 각각 ‘삼촌’,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깝지만 정확히 어떤 경로로 캠프에 들어왔는지는 캠프 내부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그는 2019년 5월부터 1년 동안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운영기획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이른바 ‘추윤 갈등’이 격화될 즈음 인턴 기간이 종료됐다.
황 씨의 캠프에서 비중은 적지않은 편이라고 알려졌다. 캠프 한 관계자는 "황 씨는 윤 후보 대외 행보에 항상 동행하고, 함께 수행에 나설 인원을 직접 선발할 때도 있다"며 "후보에 보고사항을 전할 때 그를 거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더팩트>는 지난 10~11일 윤석열 후보의 강릉 일정을 취재했다. 아들이 윤 후보를 수행할 이 일정에 황하영 사장이 등장할지 관심사였다. 지난 5월 27일 윤 후보가 대선출마 선언 전 강릉을 찾았을 땐 그도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황 사장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강릉 중앙시장 일정에 찾아와 황 씨를 반갑게 맞이하기도 했다.
황 씨는 <더팩트>에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계속 보도되는 데 대해 유감"이라며 "언론이 일방적 공격을 가하고 있어 해명할 의사도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 일정 때 아버지를 만났는지 질문에는 "언론이 그런 식으로 기사를 쓰는데 어떻게 뵐 수 있겠냐"고 따졌다.
실제 황하영 사장이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검사와 토건업자라는 조합 자체부터 뒷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삼부토건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황 사장이 조남욱 전 회장, 윤석열 후보와 연결된 정황이 있고 사회 초년생인 아들이 대선후보 수행비서라는 점도 특수관계 아니냐는 의혹을 만든다"며 "본인이 해명하면 쉽게 풀릴 수도 있는데 계속 노출을 꺼려 의심을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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