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지검 ‘대장동 수사기록’ 진술…부산저축은행 연결고리도 드러나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조직 폭력배를 동원해 기존 사업자를 배척하고, 정치권 로비 대상과 자금을 미리 마련한다.
7년 전 수원지검의 대장동 수사기록에 나오는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의 모습이다. 그 중심에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5호 정영학 회계사 등이 등장한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의혹 수사를 마쳤지만, 수원지검이 2014년 대장동에 흘러간 대출금의 문제를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 중수부가 건드리지 않은 대목이다.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 조폭 동원에 정치권 로비 '실탄' 13억여 원
7일 <더팩트>가 확보한 2014년 수원지방검찰청 특수부의 ‘대장동 수사기록’에는 사업 초기 복마전 양상이 잘 드러난다. 2008년부터 대장동 개발에 참여하려던 민간 시행사 대표 이모 씨는 횡령 등 혐의 피의자로 수원지검에 불려갔다. 이 자리에서 "남욱과 정영학이 사업에서 손 떼라는 협박을 했고, 조폭도 동원했다"며 "정치인에 로비할 자금도 따로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진술에 따르면 정 회계사가 대장동에 등장한 때는 2009년 초쯤이다. 이 씨는 감정평가사인 지인 민모 씨를 통해 그를 소개받았다. 대장동 사업을 하려면 회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계사는 그 후 삼성 출신 김모 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 윤모 씨 및 부산저축은행 당시 임원의 친인척 조모 씨를 사업에 끌어왔다.
남 변호사는 같은 해 말쯤 대장동에 왔다. 역시 이 씨가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는데, 사업 추진 주체를 LH에서 민간으로 바꿀 로비의 '용병' 격이었다. 지인은 남 변호사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친분이 있으며, ‘실세’로 통하는 여당(당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직통으로 통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자문단’을 조직해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 소집은 이 씨가 했으나 민 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3명이 ‘주류’로 분류됐다. 저마다 부동산과 회계 및 법률 등의 전문가라 역할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들 외 삼성 출신 김 씨도 자문단에서 활동했다. 삼성 출신 인사라는 신뢰감을 지주들에 줄 수 있고, 삼성물산과의 시공사 약정도 염두에 뒀던 까닭에서다.
이듬해인 2010년 이들은 정치권 로비 준비를 구체화했다. ‘국회를 통해 LH가 사업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목표였다. 이 씨는 애초에 로비 목적으로 섭외한 남 변호사에게 계좌로 8억3000만 원, 현금 5억 원으로 총 13억3000만 원을 전달했다. 여기서 현금은 남 변호사 요구에 따라 5만원권으로 만들어졌다.
로비 대상은 당시 국토해양위 소속 정치인으로 당시 한나라당 의원 3명이었다. 전부 재선 이상을 지낸 인사였고, 세간에서 ‘정권 실세’로 통한 인물도 포함됐다. 로비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단 진술서에 따르면 LH가 상임위에 보고한 자료를 이 씨 등이 전달받긴 했다. 또 일부 의원 보좌관은 대장동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1년 구성원들은 분열한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이 됐거나 예정된 법인의 지분을 설정하면서부터다. 그 과정에서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삼성 출신 인사 김 씨를 쫓아냈다. 특히 남 변호사는 조직 폭력배를 동원하고, 각종 법 위반을 들어 이 씨에게도 사업 포기를 압박했다고 수사기록에 나온다.

◆ 대검 아닌 수원지검이 파고든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눈에 띄는 대목은 또 있다. 이 씨가 검찰 조사 때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놓고 진술한 부분이다.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수원지검은 새로운 혐의를 들여다봤다. 이 씨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사촌조카 조 씨에게 해당 은행 대출 '알선'을 명목으로 금융자문 제공료를 건넸다고 말한 게 단서였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이 씨 회사에서 금융컨설팅 명목의 돈이 나간 경위를 캐물었다. 이에 이 씨는 "정 회계사 소개로 알게 된 조 씨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받았다"며 "금융컨설팅 명목으로 은행에 100억 원, 조 씨에게도 용역계약서를 써줬다"고 답했다. 또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대출이 신속하게 실행되게 하려고 조 씨에 부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씨의 로비가 성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2009년 11월부터 약 7개월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약 1100억 원 대출이 이뤄졌다. 이 씨는 부산저축은행 외에도 ‘다른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도록 소개해주고, 누군가에게 용역 계약서를 쓴 기억이 있으나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부 이 씨의 일방적 진술이긴 하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 씨는 징역 3년, 삼성 출신 김 씨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감정평가사 민 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씨는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영수 전 특검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남 변호사는 무죄, 정 회계사는 불기소 처분됐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대출 알선 등의 사안은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조 씨 등의 대장동 관련 대출 및 알선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씨의 경우 대검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 있어 ‘부실수사’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당시 중수부장은 최재경 변호사, 주임검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캠프측은 "그 시기 수사는 부산저축은행이 차명 법인을 내세워 부동산 투기를 하는 등 배임 범죄를 밝혀내기 위한 것으로, 개인에 대한 단순 대출은 수사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며 "수사팀 100여명이 3300명에 달하는 참고인을 조사했는데, 개개인의 대출금 유용 등을 이제와서 문제로 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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