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 녹취록'의 두 주인공…엇갈린 주장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건설업계에서 쌓은 인연이 성남시에 와서 악연으로 변했다. 최근 '대장동 개발 의혹'에서 급부상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과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의 얄궃은 운명이다.
황 전 사장이 '이재명 사퇴 압박 의혹'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두사람은 진실 공방의 창과 방패로 등장했다.
황 전 사장과 유 전 본부장은 같은 현대건설 출신에 2008~2009년 한신공영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황 전 사장은 30년 건설 경력을 평가받아 한신공영에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다. 당시 유한기 전 본부장은 상무를 지냈다. 이 인연으로 유한기 전 본부장은 2013년 황 전 사장을 성남도개공 초대 사장 공모에 응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성남시의원은 "유동규 전 본부장은 주로 친화력을 앞세운 편이었다면 황 전 사장과 유한기 전 본부장은 확실히 건설 분야 전문성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황 전 사장이 최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5년 2월6일 크게 맞붙었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볼 때 하극상이라고도 볼 만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시장님의 명', '정(진상) 실장과 유동규의 뜻'이라는 언급이 나왔다.
두 사람의 해석은 크게 다르다. 황 전 사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뜻대로 하기 위해 최측근인 정진상 정책실장과 유동규 본부장을 시켜 자신을 축출하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여기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의 사기죄 피소가 사직 종용의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는 28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우연한 기회에 황 전 사장의 사기죄 기소사실을 알게돼 그나마 친분과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서 성남도개공이나 본인의 명예에 누가 되지않도록 사퇴를 건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전 사장은 성남도개공 사장에 취임한 2013년 3억5000만원 사기 혐의로 입건됐고 재직 중인 2014년 6월 기소됐으나 공사 측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 신분으로 1심 형사재판에 4차례 참석한 사실도 확인됐다. 2015년 3월 퇴임 뒤인 2016년 8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최종 확정됐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사퇴 압박은 이재명 당시 시장과 정진상 실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황 전 사장이 사퇴 불가 의사를 굽히지 않아 정 실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 이 시장까지 거론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황 전 사장이 조용히 사퇴하는 것이 양측에 모두 좋다고 판단한 와중에 녹취록 내용과 같이 과도하게 권유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 전 사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 자신의 사퇴에 이재명 당시 시장이 개입했을 거라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특검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사기죄와 자신의 퇴임은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다만 입장문을 보면 자신의 사기죄 유죄 판결이 억울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장 재직 중에 기소된 사실을 공사나 성남시에 알렸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퇴를 권유했다는 유한기 전 본부장의 주장을 놓고 구체적인 논박도 하지 않았다.
황 전 사장은 유한기 전 본부장과의 공방과는 별도로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가 '불순세력의 개입'으로 자신도 모르게 변경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애초 개발수익의 50%를 보장받기로 했는데 1882억원 확정 배당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캠프는 '1882억원 확정'은 하나은행컨소시엄이 낸 사업계획서에 들어있고 공모지침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에게 뇌물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하지만 김 전 기자와 일면식도 없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황 전 사장은 경기남부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서 한차례 씩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국민의힘이 뇌물수수죄로 대검에 고발해 조만간 검찰에 불러가야할 처지다.
아직 흑백이 가려지지 않은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수사기관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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