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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배임의 늪'에 빠진 검찰…"처음부터 무리"

  • 사회 | 2021-10-24 06:00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배임의 늪'에 빠졌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를 뺐기 때문이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배임의 늪'에 빠졌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를 뺐기 때문이다. /뉴시스

녹취록 '초과이익 환수조항'에 배임 적용…입증 까다로워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배임의 늪'에 빠졌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를 뺐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은 '이재명 봐주기'라며 특검 도입을 촉구한다. 하지만 특정인 눈치보기라기보다는 처음부터 배임 적용이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임죄의 늪은 '정영학 녹취록'에 나온다는 '초과이익 환수조항'에서 시작됐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을 초기부터 꿰뚫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넘긴 녹취록에는 2015년 성남도개공과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사업협약서를 맺을 때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일부러 넣지않은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항을 넣지 않는 바람에 부동산값 폭등에 따른 수천억원의 초과이익을 화천대유에 고스란히 넘겨줘 성남도개공에 손해를 입혔다는 게 이 사건 배임 논리다. 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함께 묶을 수 있는 연결고리로 떠올라 유 본부장과 '배임 공범'으로 의심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명시해 영장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그런데 막상 기소 때는 사라진 것이다.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쟁점이 됐던 배임 혐의는 공범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진화에는 역부족이다. 기소 이튿날 국민의힘은 대검찰청을 찾아 '이재명 살리는 정치검찰 규탄한다'며 특검을 도입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등한 여론에 배임죄 적용한 검찰 '제 무덤 팠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처음부터 무리하게 배임죄를 걸어 제 무덤을 팠다는 주장도 나온다. 배임은 다른 사람의 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이가 임무를 위배해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는 범죄다. 임무 위배는 법적 근거에 따라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지않거나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한다. 여기서 환수조항을 넣지않은 게 '임무에 위배되는지'가 문제된다.

배임죄는 구성하기가 까다로워 재판에 넘겨도 무죄 가능성이 높은 범죄로 꼽힌다. 애초 협약서에 들어갔던 이 조항이 누군가의 지시로 삭제됐다는 등 주장이 다 사실이더라도 배임죄 구성은 쉽지않다는 말도 나온다. 환수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할 법적 의무를 입증하기 어렵다. 임무를 준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고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고 한 고의성 또한 드러나야 한다. 배임은 기업범죄에 자주 등장하는데 경영상 판단으로 인정돼 무혐의나 무죄 판단을 받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가 대장동을 민영개발했다면 기부채납 외에 얻지 못했을 5500억원(최소 1822억원)을 더 끌어왔는데 '임무를 위배해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애초 환수조항이 없었던 공모지침서에 따라 사업협약서를 맺었다면 배임이라고 보기도 모호하다. 전문가들은 협약서에 이 조항을 넣으려면 손실분담을 약속하거나 확정이익을 줄였어야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성남도개공 뿐 아니라 하나은행·메리츠증권 등 금융사도 하나은행컨소시엄(성남의뜰)에 '비참가 우선주'로 들어간 배경도 살펴야 한다. 비참가 우선주는 정한 배당률 외에 초과이익이 나도 배당을 받을 수 없다. 이는 위험부담이 있는 초과이익보다는 안정적 확정이익을 추구한 결과다. 대장동류 개발사업을 다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당시 금융사들이 비참가적 우선주로 들어간 사실은 유동규 전 본부장 입장에서는 변론에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앞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대검찰청 앞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그렇다면 검찰은 왜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하면서 굳이 배임 혐의를 넣었을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시 (녹취록 때문에)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라 검찰이 배임 혐의를 넣지 않았으면 지금보다 더 큰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며 "구속영장에는 피의자를 구속해 수사해야 할 범죄를 넣기 때문에 수사해보면 나올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임이 의심돼도 일단 확실한 범죄로 구속하고 추가로 입증하는 게 정도였을 수 있다. 다만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을 구속기한에 기소해야하기 때문에 우선 뇌물죄로 넘겼지만 수사결과 배임죄 추가기소가 가능할 수도 있다.

검찰 수사팀은 배임죄 논란 뿐 아니라 성남시를 선제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받는다. 특히 성남시장실을 지난 21일에서야 압수수색한 일은 부실수사의 근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성남시 수사보다 자금흐름 파악이 급선무라는 시각도 많다. 보통 계좌 압수수색은 본인에게도 6개월 후에나 통보해준다. 수사팀이 밝히지 않는 한 어느정도 계좌를 들여다봤는지 가늠이 어려워 수사가 부진하다고 예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검찰이 '대장동 4인방' 등의 증언에만 기댄다는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아직 유의미한 자금흐름을 포착하지 못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이재명 지사가 타깃이 되다보니 성남시 강제수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돈 흐름을 먼저 파악해서 수사가 확대되는 게 옳다"며 "성남시 압수수색 시기를 따지거나 무조건 먼저 털어야한다는 식은 맞지않다"고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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