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에도 소송 이어가는 공사…일부 민자고속도로도 상황 반복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민주노총의 최근 총파업에서 눈에 띈 한 가지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부재였다. 2년 전 총파업의 동력이었던 이들이 올해는 모습을 감췄다. 2019년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로 한국도로공사가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설립한 영향이 컸다는 시선이 많다. 이곳에 입사한 이들은 민주노총을 빠져나오고, 본사에 간 직원들만 조합에 남으면서 연대가 느슨해졌다는 의미다.
다만 두 기업 노동자들 모두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도로공사 직원은 본업인 수납업무 대신 고속도로 쓰레기 줍기 등을 하는 ‘현장지원직’에 배치됐다. 또 회사가 아직도 노동자들과 소송을 진행하고, 일부에 직위해제를 내려 고통이 더해졌다고 토로한다. 자회사도 본사와 임금차별 및 임원진 낙하산 인사 등으로 도마에 오른 상태. 지난 국감에서 ‘한국도로공사’가 줄곧 언급된 이유다.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는 비판에도 지난 20일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민주노총은 줄곧 ‘불평등 타파’를 외쳤다. 교직원과 학교 비정규직 및 공무원 조합원 등 각계가 나섰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으로 일하다 현장지원직이 된 도로공사 직원들은 이날 일터에 있었다. 회사 상급자의 소파를 닦거나, 쓰레기를 주우며 시간을 보낸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남정수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조직실장은 "사내 투쟁의 연속"이라며 "회사가 직원끼리 업무평가를 시키고, 업무용 차량의 블랙박스를 감시한 사례가 발생해 시끄럽다"고 전했다.
두 해 전 톨게이트 노동자로서 투쟁하며 응원 여론과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을 받은 고무감은 그때뿐이었다. 아직도 회사와의 갈등으로 법원에 오가는 조합원이 많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근로자지위 소송에 적극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영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도로공사를 피고로 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은 총 137건, 소송비용은 22억9757만 원으로 집계됐다.
비록 도로공사가 소송을 당한 것이지만 줄줄이 패하고도 항소와 상고를 거듭해 유사 소송을 진행하는 게 문제라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2013년 안전순찰원 167명과 요금수납원 543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시작으로 4건의 소송이 현재 종결됐는데, 전부 원고의 지위가 도로공사 직원으로 판단된 바 있다. 지금은 안전순찰원 25건, 요금수납원 86건, 상황보조원 5건, ITS유지관리 노동자 8건 등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남아있다.
박 의원은 "이미 대법에서 노동자가 승소한 결과에도, 대책 마련 대신 같은 소송에 시간을 끌며 막대한 재정력과 행정력을 낭비하며 근로자를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 현장지원직의 소송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하다. 이전에 톨게이트와 도로공사 본사 등에서 농성하며 거칠게 시위하다 기소된 10여 명의 직위가 최근 해제된 일도 있었다.
그렇다고 자회사 도로공사서비스에 간 이들이 편한 것도 아니다. 이 회사의 임원 대다수가 본사 출신인 탓에 ‘낙하산 기업’ 논란이 반복돼서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의 3급 이상 임원 69명 중 53명(76.8%)이 도로공사 출신이다.
도로공사서비스는 투쟁하던 요금수납원 5000여명이 자리를 옮겨온 곳이다. 그러나 도로공사와 다른 호봉·상여금 체계 등 때문에 농성이 이어지고, 지난 2월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된 자회사가 모회사 임직원들의 ‘자리 나눠먹기용’으로 전락했다"며 "방만경영과 부당 내부거래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종미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회 지부장은 "이미 직위해제된 분들은 물론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인 이들의 고충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부 지역 민자 고속도로의 경우는 여전히 업체와 싸우는 용역업체 소속으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중인 요금수납원들이 많다"며 "답답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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