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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조차 몰랐다"…총여학생회 해체 바라보는 캠퍼스

  • 사회 | 2021-10-01 05:00
27일 경희대 총여학생회 해산 찬반 투표 결과 찬성 2,680표(63.45%), 반대 1,554표(36.55%)가 나와 총여가 해산됐다. 사진은 경희대학교 본관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27일 경희대 총여학생회 해산 찬반 투표 결과 찬성 2,680표(63.45%), 반대 1,554표(36.55%)가 나와 총여가 해산됐다. 사진은 경희대학교 본관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여성 진학률 높은 시대에 뒤떨어져"…"총학 산하되면 제 역할 못 해" 우려도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많은 대학에서 총여학생회(총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가운데 경희대 서울캠퍼스 역시 총여의 재건 대신 해산을 결정했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의 바람 속에서 태어난 총여지만 부진한 활동과 시대 변화에 따른 성평등 이슈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9일 <더팩트>가 만난 경희대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대학은 양성평등 수준이 높다며 여학생회만 따로 존재해야 할 필요성에 의문을 갖거나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총여가 사라지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투표 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다는 학생도

경희대 총여 해산에 대해 수많은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학생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적잖은 이들이 "총여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최근 진행된 총여 해체 투표로 처음 알게 됐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희대 2학년에 재학중인 서모(22) 씨는 "내게 총여 해산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을 총학생회의 투표 독려 문자로 처음 알았다"며 "동기들도 총여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존재를 알았어도 관심 없었다고 털어놓은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여학생만을 위한 별도기구 운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변모(26) 씨는 "(총여가 존재 자체가)남학우들에 대한 차별처럼 느껴진다"며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1980년대와 지금은 다르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어 "총여 자체가 시대 정신에 뒤처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 대학진학률은 2005년을 기점으로 남성보다 4~5%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취업률은 여전히 여성이 뒤쳐진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남녀 대학교·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4년째 격차가 벌어져 4.8% 차이였다.

졸업을 앞둔 권모(27) 씨도 "총여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라며 "최근에야 존재를 알았는데, 주변에서는 총여가 왜 존재해야 하냐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또 "여학생들조차도 총여 존치에 우호적이진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총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학생들이 자기계발과 취업 준비 등에 힘 쏟으며 자치활동 전반에 관심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29일 오전 경희대 교내 곳곳에는 총여학생회 해산 결정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정용석 기자
29일 오전 경희대 교내 곳곳에는 총여학생회 해산 결정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정용석 기자

◆ 여전히 상대적 약자 연대기구 필요하다는 시각도

대학가 총여는 애초 캠퍼스 내 성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를 시작으로 전국에 퍼져나갔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차츰 존재감을 감추고 해산한 학교가 되레 늘고 있다. 1987년 출범한 경희대 총여도 4년 전부터 회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이로써 총여가 현재까지 있는 수도권 대학은 한양대, 총신대, 감리교신학대, 한신대, 한국항공대 등 한 자릿수라고 알려졌다.

다만 여성계에서는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원정 유니브페미 집행위원장은 "총여의 돌연 해체를 논의할 당위성이 부족했다 본다"며 "전반적으로 학생 자치활동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라지만 상대적 약자로 분류되는 연대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여가 학교 중앙운영위원회나 총학생회 산하에 위치하게 되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올해 안으로 성평등기구 등 대안 조직을 설립할 예정이다. 남우석 총학생회장은 "모든 성별을 총괄하는 성평등위원회나 인권위원회 등 자치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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