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분석 문건' 결론 따라 '고발사주 의혹'도 영향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지난해 말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하자 윤 총장은 즉각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본안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일단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본안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마지막 변론기일이 진행된 본안소송은 내달 14일 최종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징계 처분이 취소될지도 관심사지만 징계사유였던 '재판부 분석 문건'과 '검언유착 사건 감찰 방해'에 대한 판단도 관심이 쏠린다. 이는 최근 '고발사주 의혹'과 '처가 사건 대응문건 의혹'과도 맞물려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징계취소소송 증거로 제출된 '고발사주 의혹' 기사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16일 윤 전 총장의 6개 비위 혐의 중 △법관 사찰 의혹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의심으로 인한 품위 손상 등 4개 혐의를 인정하고 정직 2개월 제청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법무부 측은 이번 판결에서 특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작성한 '재판부 분석 문건'의 위법성이 인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법무부 대리인은 지난 17일 변론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 분석 문건 보고서나 채널A 사건 감찰방해 혐의는 법령상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판단이 쉬울 것"이라며 "종전 집행정지 재판부도 (절차를 문제삼았을 뿐) 징계 사유는 인정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고발사주 의혹' 관련 보도와 대검의 '윤 총장 장모사건 대응 문건' 보도 등 언론기사 3건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대리인은 "최근에 나온 수사정보정책관실 문서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이정현 증인(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이 같은 취지로 얘기했고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정현 부장은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 징계위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총장 지시에 따라 총장 사모님과 장모 사건 등을 전담해 정보 수집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번 재판과 무관한 증거라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 측 대리인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위법하게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이나 비방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증거가치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재판부 분석 문건'을 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대선정국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최근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연루된 '고발사주' 의혹은 물론 역시 개입을 의심받는 '처갓집 대응 문서' 의혹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징계 집행 정지 판결 때도 "판사문건 매우 부적절"
공개된 문건에는 주요 사건을 맡은 판사들의 출신학교, 경력, 재판 스타일, 세평 등이 정리돼 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 '법원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등 논란이 될법한 개인정보도 상당수 포함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개된 문건의 내용을 보면 수사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직무로 인정받기 어려워보인다"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해당 정보를 수집한) 검사는 관련 사건 공판에 관여한 검사도 아니고 대검 공판송무부 소속 검사도 아닌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이라고 짚은 바 있다.
지난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처분 효력을 중지한 판결 또한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서는 "매우 부적절하고 앞으로 이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돼선 안된다"고 판시했다.
최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앞선 판결보다 넓게 인정된 것도 이번 재판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지난 17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은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직권남용 혐의 전부를 유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국정원의 존립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국가 안전보장과 무관하거나 단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요구하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버리고 정치에 관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정족수 미달해 의결 무효' 판단 유지될까
당시 징계위가 재적위원 7명의 과반수가 되지 않는 3명만으로 내린 기피 의결이 적절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징계처분 집행정지 사건 재판부는 징계 사유는 소명이 됐거나 본안에서 다룰 만하다고 판시했지만 기피의결이 의사정족수에 미달해 무효라고 봤다.
당시 윤 총장 측은 재적 징계위원 7명 중 4명을 기피 신청했다. 이에 나머지 3명이 기피신청을 놓고 의결했는데 의사정족수 과반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징계 절차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은 의결정족수에는 빠지지만 의사정족수에는 포함시켜야 한다고 반박한다. 윤 전 총장 측 의견대로라면 징계대상자가 기피신청으로 징계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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