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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사건이 많아서…" 한 눈 팔 시간 없는 순찰대

  • 사회 | 2021-09-18 00:00
지난 16일 광진구 화양동 맛의거리는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으로 가득했다./최의종 기자
지난 16일 광진구 화양동 맛의거리는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으로 가득했다./최의종 기자

광진경찰서 추석 치안대책 순찰 따라가보니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서울 광진구 화양동 '맛의거리'. 밤이 낮보다 밝은 곳이다. 휘황찬란한 전광판, 쿵쿵대는 음악 소리, 20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불과 몇 미터 더 걸었을 뿐인데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어느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원룸촌이 보였다. 인적이 드물어 단 한 명만 걷고 있어도 눈에 띄었다.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만 들렸다.

지난 15일 저녁 <더팩트>가 서울 광진경찰서 생활안전계 범죄예방진단팀(CPO) 조대현(32), 류호태(29) 경장과 '추석 명절 종합치안대책' 순찰에 동행하며 본 풍경이다.

광진서 범죄예방진단팀이 설치한 집중순찰구역 안내문. /최의종 기자
광진서 범죄예방진단팀이 설치한 집중순찰구역 안내문. /최의종 기자

어두운 골목길…1인 가구 위해 수시 '순찰'

이날 오후 7시30분 원룸들이 밀집돼있는 화양동 골목은 고요했다. 이곳에는 건국대학교에 다니는 자취생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서울 행정동 424개 중 가장 높은 지역이다.

조 경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귀향하지 않는 가구도 늘지 않았냐"며 "이번 명절 연휴에는 어느 때보다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혼자 나와 있는 한 주민을 만났다. 그는 경찰에 "우리 중학생 딸내미가 학원을 갔다가 10시에는 들어온다"라며 "요새 뒤숭숭한 사건이 뉴스에 많이 나오니까 자주 순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도 "연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걱정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유독 어둡거나 깊숙한 골목은 '집중순찰구역'으로 지정해 수시로 확인한다.

조 경장은 "명절 특히 인적이 드문 곳에서 강·절도나 주거침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며 "더욱 순찰을 강화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광진경찰서 생활안전계 범죄예방진단팀이 15일 오후 광진구 화양동 골목을 순찰하고 있다. /최의종 기자
광진경찰서 생활안전계 범죄예방진단팀이 15일 오후 광진구 화양동 골목을 순찰하고 있다. /최의종 기자

◆현금 취급하는 무인점포·편의점 '집중'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다 유일하게 길을 비추는 불빛을 마주했다. 무인세탁소였다. 1인 가구가 많은 만큼 무인점포도 많다고 한다.

류 경장은 "무인세탁소에서 현금을 많이 취급하는 만큼 절도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며 "이번 명절 연휴를 전후해 무인점포도 집중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경찰들의 중요한 순찰대상이다.

발길 닿는 모든 곳을 경찰은 예의주시했다. 시장 쪽으로 가보니 현금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았는데, 강·절도 범죄는 순식간에 일어나는 탓에 무척 주의를 기울여 살펴야 한다.

조 경장은 "이전보다 현금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무인점포나 시장 같은 경우 현금으로 결제하는 곳이 많다"며 "순찰하더라도 인력이 부족해 미처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범죄를 예방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순찰이 전부는 아니다. 명절에 발생할 수 있는 가정폭력도 예방이 필수다.

경찰청에 따르면 추석 연휴 가정폭력 신고는 2017년 2447건, 2018년 3003건, 2019년 312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류 경장은 "명절 전후 가정폭력이 발생했던 가정에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된 화양동 거리에 고보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최의종 기자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된 화양동 거리에 고보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최의종 기자

◆번쩍이는 유흥가...명절 연휴 사건사고 발생에 '촉각'

지난해 1월1일 화양동 한 클럽 인근에서는 한 남성이 20대 태권도 전공 체육대생 3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숨진 사건이 있었다. 태권도 유단자 이모 씨 등 3명은 징역 9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이렇듯 고요한 원룸촌과 달리 몇 블록을 지나면 휘황찬란한 유흥가가 보인다. 경찰은 더욱 경각심을 갖고 순찰한다.

지난 6월에도 이 지역 주점 여자화장실에 숨어 문에 뚫린 구멍으로 옆 칸을 훔쳐보던 20대 남성이 검거됐다고 한다.

명절에는 지나친 음주로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 유흥가는 주요한 순찰지다.

이날 경찰은 공중개방화장실 앞에 '집중순찰구역' 안내문을 설치했다. 또한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해 즉각 신고 등을 당부했다.

조 경장은 "다른 때보다 명절에는 음주를 비롯해 다양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찰서는 여성청소년과를 비롯해 다양한 부서가 하나가 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안심시켰다.

류 경장도 "명절 기간에도 묵묵히 근무하며 치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경찰들에게 시민들 응원의 눈길은 힘이 된다"면서 "모두가 따듯한 명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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