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유기 급증에 주민들 고통…휴가·연휴 때 수만마리
[더팩트|이진하 기자]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온 가족이 모이거나 나들이를 떠나는 즐거운 추석 연휴. 하지만 어떤 반려동물들에게는 두려운 시간이다.
매년 여름휴가철부터 추석 연휴 기간 등 보호자가 버리는 반려동물은 수만마리에 이른다.
여행객들이 버리고 간 반려동물이 늘어나자 주민들이 보호시설을 만든 곳도 있다.
추석 연휴 직전 찾은 충북의 한 사설 유기견 임시 보호소.
약 50마리가량의 유기견이 두 곳으로 나뉘어 생활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견사를 나와 어슬렁거린다.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유기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취재진이 다가가자 주변에 있는 모든 개들이 함께 짖기 시작한다.
한참을 짖자 보호소 주변에 사는 이웃 박영수(79) 씨가 밖에 나왔다.
"여기 개가 많아서 근처만 가면 한참을 이렇게 짖어요. 다들 누가 키우다 버린 것 같은데 유기동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주민 한 명이 혼자서 맡아 키우고 있어요. 주변에 버려진 개를 거두다 보니 지금은 한 50마리는 넘는 것 같아요."
주민들은 10여년 전부터 이 지역에 유기동물이 급증했다고 입을 모은다.
인근 지역이 관광지로 유명해진 후 구름떼처럼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기르던 동물까지 버리고 갔다.
실수로 잃어버린 동물도 있지만 100마리 당 1마리 꼴일 뿐이라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개들을 데려간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많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한 3~4마리 정도? 코로나 때문에 근처 관광객은 줄었는데 유기동물이 많다고 소문이 난 건지 여기에 고의적으로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어요."
보호시설을 운영하는 주민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소문이 나면 사람이 더 동물을 버리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한국유기동물보호협회 이영재 팀장이 대신 설명했다.
"이 많은 유기동물을 홀로 관리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이웃 주민들 간 문제도 있어 국가에서 관리하는 보호소에 보낼까 보호자와 함께 상의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지자체 보호소는 10일간 주인 찾기 고지를 한 후 안락사를 시키기 때문에 보호자가 원하지 않았어요."
유기동물보호협회는 SNS 등에서 유기동물의 상태와 사진 등을 올리며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입양도 쉽지않다. 유기동물끼리 번식을 해 개체수는 더 늘어난다.
"수도권에서는 유기동물을 위한 중성화 수술 지원도 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미약한 편이에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유기동물을 관리하기 위해선 지원이 필요한데 말이죠."
특히 휴가와 명절 등 연휴 기간에는 장기간 집을 비우는 가정이 많아 유기동물이 늘어난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9~2020년 월별 유기건수 중 휴가철인 7월에 각각 1만4522건, 1만3697건으로 한 해 중 가장 많았다.
추석 연휴가 있는 달도 높은 수준이다
추석이 있던 2019년 9월에는 1만2682건의 유기동물이 발생했고 지난해 10월은 1만604건으로 집계됐다.
정민호 한국유기동물보호협회 대표는 "(연휴기간 불가피할 때는) 반려동물 호텔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반려견 쉼터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기동물 증가를 막으려면 동물등록제가 하루빨리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2개월이 되는 날부터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동물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않고 어겨도 과태료에 그쳐 아직 실효성은 높지않다.
무엇보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마음가짐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동물보호 체험교실', '사회화·예절 교육' 등을 통해 시민들이 동물보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입양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반려동물 이해도가 낮은 초보자들에게 교육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동물을 키우다 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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