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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재판 아냐" 검찰·변호인 모두 꾸짖은 조국 재판부

  • 사회 | 2021-09-11 00: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 등에 대한 17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 등에 대한 17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허위 경력으로 심사 방해' 입증 대신 겉돌기만 한 증인신문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공소사실 어디에 나와 있어요? 뭘 입증하시려는 거냐고요."

"오전 내내 증인신문 들었는데 재판부가 저 질문 왜 하는지 의문이 들면 정상적인 재판이 아니잖아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을 크게 꾸중했다. 증인을 불러놓고 혐의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질문만 하거나, 무엇을 입증하고자 하는지조차 모호하다는 이유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정 전 교수의 업무방해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는 연세대 대학원 입시 담당자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조 전 장관 등은 아들 조모 씨의 입학 원서에 허위 경력을 기재해 연세대 대학원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죄명은 '위계(상대방에게 오인·착각을 일으켜 불법 행위를 하는 것)에 의한 업무방해죄'다. 검찰로서는 이날 A 씨를 신문하며 조 전 장관 등이 입시 담당자를 속여 정상적인 입학 사정 업무가 방해받았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장관 등이 '어떻게 연세대를 속였는지'보다 조 군의 입학 원서를 본 '직원의 심정'에 집중했다. 이날 증인신문 내용을 종합하면 조 군은 2018년 전기 연세대 대학원 일반전형에 지원한 뒤, 다시 교학팀에 연락해 7개 경력 사항과 관련 증명서를 오려 붙여 추가로 제출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변호사 시절 발급한 법무법인 청맥 인턴증명서 등은 이때 포함된 경력이다.

7개 경력이 추가된 입학 원서는 정해진 형식과 아주 다르고 경력란의 줄 간격도 맞지 않는 등 급하게 오려 붙인 흔적이 역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역시 "종이 오려 붙인 게 들어가면 안될 텐데 그런 게 들어가 있어서 (조 군의 원서를) 확인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추가 서류를 내는 수험생은 조 군 외에도 여럿 있었고 연세대는 이를 받아왔다고 한다. 다만 A 씨는 "수정 서류를 내는 경우는 봤지만 (조 군 원서처럼) 경력란에 종이를 오려 붙이고 커버까지 바꾸는 건 본 적이 없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이처럼 조잡한 원서 접수를 받아준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A 씨는 "저희로서는 정원을 못 채우는 전형이다 보니 원서 접수를 취소하는 걸 꺼렸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다시 "전형료 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접수하라고 해도 됐을 텐데 굳이 조잡한 방법으로 수정한 원서를 접수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A 씨는 "대학원 입시는 필수 서류만 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이분(조 군)이 뭣 하러 이렇게까지 접수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답했다. 조 군의 입학 원서가 유난히 조잡했던 건 사실이지만 해당 전형 사정상 접수를 굳이 취소할 이유는 없었던 셈이다.

결국 A 씨에 대한 검찰 측 신문에서 나온 증언 내용을 종합하면 '조 군이 뒤늦게 7개 경력을 오려 넣은 조잡한 입학 원서를 봐서 놀랐다'는 것이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혐의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모호한 정황이다. 검찰이 제시한 조 전 장관·정 전 교수 사이 문자 내용도 정 전 교수가 아들의 지원을 도와준 정황일 뿐 혐의와 직결되지 못했다. 정 전 교수는 당시 조 전 장관에게 '칸에 맞춰서 만들고 붙이고 컬러사진 또 붙이고 스캔해서 OOOO(문구점) 왔다갔다ㅜㅜ OO(조 군) 이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는 10일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새롬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는 10일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새롬 기자

재판부는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도 겉도는 신문만 진행되자 "검찰은 증인 진술로 밝히고자 하는 게 뭐냐"고 꾸짖었다.

배석 판사: 검찰이 증인의 진술로 밝히고자 하는 게 뭡니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기소했는데 원서 접수과정에서 피고인이 도대체 무슨 위계를 했다는 건지 공소사실도 분명치 않고 증언을 들어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공소사실 어디에 나와 있습니까?

검찰: 연세대 대학원….

배석 판사: 공소사실 어디에 나와 있냐고요. 뭘 입증하시려는 거냐고요.

검찰: 오늘 증인을 신문한 취지는 조 전 장관 등이 입시 과정에 허위서류 제출에 가담했다는 걸 신문하고자 한 겁니다.

(중략)

배석 판사: 증인, 2018학년도 입학원서 접수과정에서 조 군이나 피고인들에게 기망 당했다고 생각되는 거 있습니까? '나중에 알고보니 속았다'는 거요.

A 씨: 그런 건 없습니다.

배석 판사: 걸리는 거 하나도 없습니까?

A 씨: 네.

조 전 장관 측의 변호인도 재판부 꾸중을 피할 수 없었다.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만 할 뿐 무슨 공소사실을 어떻게 다툴 건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배석 판사: 증인신문이 겉도는 이유 중 가장 큰 게 피고인 측의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 요지가 뭔가요?

변호인: 가장 중한 건 (경력이) 허위가 아니라는 거지만, 연세대 관련자 증언을 종합하면 2018년 입시 과정에서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게 주요 취지입니다.

(중략)

배석 판사: 변호인 주장은 최초에 경력이 기재되지 않은 원서만 입시에 활용됐고 이후에 보낸 건 활용되지 않았으니 업무방해가 아니라는 취지죠?

변호인: 네,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배석 판사: 가능성입니까? 아니면 그 근거자료가 있습니까?

변호인: 관련자 진술과 업무 프로세스를 볼 때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배석 판사: 적어도 증인 신문하기 전에 그런 주장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전 내내 증인신문 들었는데 저 질문 왜 하는지 의문이 들면 정상적인 재판이 아니잖아요. 다른 공소사실도 전반적으로 마찬가지입니다.

배석 판사의 꾸중에 이어 재판장은 "(피고인 측 입장은) 서류를 내는데 피고인들이 관여를 안 했다는 거냐"고 변호인에게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변호인은 "피고인들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이 사건 다음 재판은 10월 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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