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사실 뒤집어…"오래 전 일이라 헷갈려"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의 1심 유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라임)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윤 전 고검장에게 라임 펀드 재판매를 부탁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이승련·엄상필·심담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윤 전 고검장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전 고검장은 2019년 7월 이 전 부사장과 메트로폴리탄그룹 김모 회장에게 '손태승 우리은행장에게 라임 펀드 재판매를 부탁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대가로 2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날 이 전 부사장은 윤 전 고검장에게 라임 펀드 재판매를 청탁한 사실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뒤집었다.
이 전 부사장은 "은행장이 지시한다고 펀드가 잘 팔리고 못 팔리고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청탁과 관련해 우리은행 측과 어떠한 대화도 나눈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윤 전 고검장을 만난 게 워낙 예전 일이라 헷갈린 부분을 잘못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라임 직원들과 만든 단체 채팅방에서 보낸 메시지에 포함된 '필살기'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이 전 부사장은 윤 전 고검장을 처음 만난 3일 뒤 해당 채팅방에서 '지금 마지막 필살기 한번 써 보고 ㅠ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필살기’의 의미가 윤 전 고검장을 향한 청탁이 아니냐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이날 이 전 부사장은 검찰 진술 뿐 아니라 1심 법정에서 한 증언도 번복했다. 1심에서 이 전 부사장은 '필살기' 메시지를 두고 '김 모 메트로폴리탄 회장을 위해 윤 전 고검장에게 억울한 심정을 전달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해당 메시지에 대해 질문받을 때 '제가 저런 이야기를 했나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을 정도"라면서 "해당 날짜에는 윤 전 고검장을 언급할 시기도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을 질타했다. 이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면담하고 조사할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을 테니, 1심 법정에서 진술을 바로 잡은 건 이해가 간다"면서도 "지금 증인은 1심 법정에서 선서하고 증언한 내용과 완전히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전 고검장의 3차 공판은 다음 달 29일로 '재판매 협상'에 연루된 메트로폴리탄 그룹 관계자 2명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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