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부인…검사 "며칠전까지 화해 노력"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으로 무고한 10대 소년을 지목한 경찰 측이 "무죄 판결이 나왔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면 수사할 수사관이 없을 것"이라며 배상 책임을 부인했다.
서울고법 민사20-3부(김영훈·홍승구·홍지영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사건 진범으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모 씨가 사건을 담당한 경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민사재판 변론기일에는 소송 당사자가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경찰 이모 씨는 법정에 나와 "(다음 재판에도) 계속 나오겠다"라고 말했다.
이 씨 측은 "사건 당시 검찰과 법원 모두 유죄로 판단할 만큼 (최 씨에게) 충분히 유죄 정황이 있었던 상황"이라며 "법리적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이)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고 수사기관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면 수사할 수사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씨 측 대리인은 "거의 20년이 지난 일을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범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 김모 씨 측은 별도의 항소 이유서를 내지는 않았다. 다만 김 씨 측 대리인은 "진지한 화해를 위해 노력해왔고 불과 며칠 전까지도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최 씨 측 대리인은 "재판 절차 진행과정에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를 요청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화해) 기회를 포기한 건 피고(이 씨)라는 걸 반드시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최 씨는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 7분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 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씨는 당시 15살로 이 사건 최초 목격자였지만 당시 수사기관은 최 씨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유 씨와 시비가 붙어 살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최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은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최 씨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뒤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최 씨가 재판을 받던 2003년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듣고 A 씨를 긴급체포해 자백을 받아냈다. 이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기각했고 2006년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재심을 청구한 최 씨는 만기 출소한 지 6년이 지난 2016년 11월 비로소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후 최 씨의 사연은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후 최 씨와 가족은 국가와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 이 씨, 검사 김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지난 1월 1심은 최 씨 측이 청구한 14억 8000여만 원 가운데 국가가 13억 원을 지급하고, 이 씨와 김 씨는 약 2억 6000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0월 6일 재판을 속행하고 경찰 이 씨의 진술을 직접 들을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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