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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징역 4년, 1심보다 2심이 더 엄했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9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9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양형기준 벗어나지 않아…"줄 수 있는 최대한 줬다" 평가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최근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가혹한 양형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대법원 양형기준상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다만 1심과 같은 조건에서 법정형이 높은 혐의 하나가 뒤집혔는데도 징역 4년을 유지한 건 이례적이며 양형기준상으로도 2심 재판부가 사안을 더 엄하게 바라봤다는 분석도 있다.

전제는 양형이 재판부 재량 영역이라는 점이다. 재판부가 아닌 이상 왜 징역 4년이 나왔는지 100%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인 만큼 재판부도, 피고인도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 있다. 바로 대법원 양형기준이다. 양형기준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형에 가중·감경 요소를 설명하고 적절한 형을 '권고'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부분 법관이 양형기준을 따르고 있다.

한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면 대법원 양형기준에 나타난 각종 요소를 고려해 형을 정하면 된다. 정 교수처럼 많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양형 계산 방식은 다소 복잡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양형 해설에 따르면 정 교수와 같은 피고인을 '다수범'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형량이 가장 높은 범죄를 기준으로 형량을 계산하도록 한다. 형량이 가장 높은 '기본 범죄'의 권고 형량 범위 상한선에 '다른 범죄'의 상한선 절반을 더하면 다수범이 몇 년형까지 선고받을지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나온 형량을 뛰어넘어도 위법한 건 아니다. 다만 법관은 양형기준을 벗어난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9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정 교수의 징역 4년은 어떻게 나왔나

정 교수의 경우 형량이 가장 높은 범죄, 즉 기본 범죄는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죄다. 법정형은 유기징역 1년 이상으로 상한선은 징역 30년이다. 정 교수처럼 여러 범죄를 저질렀을 때 상한선은 1.5배 높아진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1~45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이를 '처단형'이라고 한다.

정 교수의 기본 범죄인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양형기준은 범죄로 취득한 '부당이득'에 따라 유형이 나뉜다. 정 교수는 2심에서 약 1683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인정됐다. 양형기준상 1억 원 미만 구간인 '제1유형'에 해당한다. 제1유형은 기본 형량을 징역 6개월~1년 6개월, 감경할 시 최대 징역 1년, 가중한다면 징역 1년~징역 2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의도적으로 범죄 수익을 은닉했다며 가중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정 교수의 권고 형량 범위는 징역 1년에서 징역 2년 6개월이다.

다른 범죄는 입시비리 의혹을 아우른 업무방해 혐의다. 업무방해 혐의는 기본 징역 6개월~1년 6개월, 감경하면 최대 징역 8개월, 가중하면 징역 1년~3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다만 가중요소가 2개 이상이면 1.5배 곱한 값이 상한선이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범행을 주도적으로 실행하거나 지휘한 경우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권고 형량 범위는 징역 1년~5년 3개월이다.

즉 양형기준상 정 교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형량은 징역 2년 6개월(기본 범죄인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상한선)에 2년 7개월(다른 범죄인 업무방해 혐의 상한선의 절반)을 더한 징역 5년 3개월이다. 징역 5년 3개월을 넘지 않는다면 양형기준상 정 교수의 형량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기본 범죄를 무엇으로 봐야 하는지 법률가들의 판단도 엇갈렸다. △권고 형량 상한선이 가장 높은 혐의가 기본 범죄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혐의가 기본 범죄라는 시각이다. 5년 3개월이라는 형량은 법정형을 기준으로 계산한 형량이다. 그러나 권고 형량을 기준으로 계산한 값도 징역 6년 6개월로, 재판부의 징역 4년 선고는 양형기준을 초과했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더팩트>가 취재한 법조인 대부분 정 교수의 항소심 판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형법 전공의 A 교수는 "처단형 범위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모두 뒤집혔다고 한들 업무방해 혐의로만 권고 형량 상한선이 징역 5년 3개월이라 징역형을 감경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초동의 B 변호사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있는데도 증거인멸죄를 따로 만들 정도로 우리 법원은 증거인멸 범죄를 매우 무겁게 보기 때문에 정 교수는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다른 입시비리 사건 판례에 비춰봐도 중한 처벌이 이뤄질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C·D 변호사 역시 "상식적으로도, 양형기준상으로도 절대 과한 형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9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줄 수 있는 최대 형량 준 듯…1심보다 엄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지만 선고형이 결정된 구조는 조금 다르다. 1심은 2심에서 뒤집힌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하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인정된 부당이득도 2억 3000만 원 상당이다. 양형기준상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구간인 '제2유형'에 해당하는 규모다. 제2유형은 기본 징역 1~4년, 감경하면 징역 10개월~2년 6개월, 가중한다면 징역 2년 6개월~6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감경 요소는 없고 가중 요소만 있다고 봤기 때문에 권고 형량을 징역 2년 6개월~6년으로 봤다.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1·2심 재판부 판단이 같았다. 1심 판결 기준으로 뒤늦게 계산해보면 징역 6년(기본 범죄인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상한선)에 2년 7개월(다른 범죄인 업무방해 혐의 상한선의 절반)을 더한 징역 8년 7개월이 최대 형량이다. 법원 첫 판단인 데다 정 교수가 법정 구속돼 파급력은 컸지만, 양형기준상으로는 2심보다 관대했다.

법조계 일각에서 2심 판결을 놓고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서초동의 E 변호사는 "최대 형량의 절반을 주는 게 법원의 판결 관행인데 (정 교수 판결은) 사실상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준 것"이라며 "법정형이 높은 혐의 하나가 무죄로 뒤집혔고, 2심에서 양형에 고려할 특별한 사정 변경도 없었는데 징역 4년을 유지한 건 의문스럽다"라고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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