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개발 지시자 해외 출국해 기소중지 상태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포털 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26일 재수감된다. 이같은 '드루킹 의혹'과 비슷하게 자체 개발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위터 게시글(트윗)을 양산한 사건은 3년째 핵심인물의 행방도 파악하지 못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서강바른포럼' 소속 프로그램 개발자 A 씨와 관리자 B 씨는 지난해 7월 30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 모임 서강바른포럼 회원으로 2012년 18대 대선 때 자체 개발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새누리당(옛 국민의힘)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윗을 대량 리트윗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으로 트위터 운영업체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A 씨 등의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C 씨의 지휘 아래 트윗을 자동 전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C 씨는 범행에 활용할 계정을 직접 수집하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두 1165만 7112회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경쟁 후보를 비방하는 트윗을 퍼 날랐다고 적시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피해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켰다. 일반인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습득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려고 했다"며 프로그램을 개발·관리한 A 씨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실행하면서 지휘한 사람은 C 씨로 보인다"며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이들의 형이 너무 가볍다고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C 씨의 지휘 사실을 다시 한번 언급하며 "피고인들은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려던 것이 아니라 단지 C 씨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것"이라며 "기술적인 사항에만 관여했을 뿐 구체적으로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특별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열쇠를 쥔 C 씨는 당시 기소되지 않았다. 2019년 8월 서울중앙지검은 A 씨 등을 불구속기소 하는 한편 "프로그램 개발을 지시한 주범 C 씨는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기 전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돼 기소 중지 처분했다"며 C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내렸다.
관리자 등이 기소된 지 약 3년이 흘렀지만 주범 C 씨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C 씨의 소재가 파악되면 수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의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지사는 21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김 씨와 함께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포털 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를 받았다. 구체적 혐의 사실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일당의 근거지인 경기 파주 '산채'에 열린 킹크랩 시연회를 보고 조작 행위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드루킹 김 씨 측에 2018년 지방선거 협조를 요청하며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았지만 해당 혐의는 최종적으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김 전 지사 측은 35개월 동안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킹크랩' 개발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 등을 근거로 해명했지만 법원은 텔레그램 메시지 기록 등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형이 확정된 김 전 지사는 26일 오후 수감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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