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시설손괴 혐의로 송강호 씨 징역 2년·류복희 씨 집행유예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구럼비 발파 8주년을 맞아 철조망을 끊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들어간 평화운동가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군용시설손괴죄, 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강호(63) 씨와 류복희(52) 씨에게 각각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두 사람의 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A, B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송강호 씨와 류복희 씨는 지난해 3월 발파 8주년을 맞아 제주해군기지 안에 있는 구럼비 바위에서 기도를 하기 위해 방문신청을 했으나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불허되자 외곽 철조망을 절단기로 끊은 뒤 침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구럼비 바위는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에 자리한 길이 1.2㎞, 폭 150m의 너럭바위다. 한라산 용암이 바닷가 바위와 합쳐져 절경을 이뤘지만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대부분 멸실됐다.
송씨와 류씨는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해군기지에 들어간 행위는 잘못된 기지 건설에 대한 항의표시이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송 씨와 공범으로 지목된 류씨는 미리 범행을 공모한 적이 없고 철조망을 절단하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A, B씨는 송씨가 철조망을 끊는 광경을 10여 m 거리에서 지켜보기만 했을 뿐 방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1,2심은 송씨와 류씨의 공범관계를 인정해 각각 징역 2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A,B씨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류씨가 송씨와 함께 기지 방문 신청을 했고 불허되자 외곽 철조망을 자르는 동안 기다렸다가 '구럼비야 봄잠 잘잔?'이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부대 안까지 같이 들어간 사실 등을 볼 때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암묵적으로 의사가 결합만 돼도 성립하고 실행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공범으로서 책임을 진다.
해군기지 진입이 정당행위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법 20조는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류씨와 송씨의 행동은 △행위 동기나 목적 정당성 △행위 수단·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선택의 여지가 없는 보충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두사람의 범죄는 위반의 정도가 비교적 무겁지 않지만 군용시설 손괴와 침입은 일반 형법상 손괴, 건조물 침입과는 죄질이 다르다"며 "감염병 확산에 따른 방문신청 불허는 납득할 만한 사정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B씨는 방문 신청도 하지 않아 애초 기지 안에 들어갈 의사가 없었고 철조망 절단행위를 방조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방조혐의 입증을 위해 해군기지 CCTV 캡처본을 제출했지만 원본과의 동일성, 무결성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못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제주해군기지 논란은 2007년 강정마을로 부지가 결정되면서부터 시작돼 기지 건설을 반대한 주민 250여명이 기소되는 등 큰 후유증을 남겼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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