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멈춘 쿨링포그 일시 가동…'전시행정' 비판
[더팩트 | 정용석 기자] '주민은 500명, 천막엔 20명?'
체감온도 38도의 숨막히는 무더위가 덮친 22일 오후. 남대문 쪽방촌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일행을 맞은 주민들의 눈빛은 더욱 이글거렸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을 방문해 무더위 쉼터 운영 현황을 살피는 등 쪽방 주민들을 위한 폭염대책을 점검했다. 이곳은 중구 후암로60길 21 일대로, 차가 올라가기도 힘든 높은 경사로 끝자락에 자리해있다.
쪽방 주민들은 '쪽방주민 516명, 무더위쉼터 20명 정원', '주·야간 쉴 수 있는 시원한 곳 만들어 달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오 시장을 맞았다.
공동작업장 앞에 조성된 야외 무더위쉼터는 이름이 무색했다. 뙤약볕 아래 문도 없는 천막이 있고, 안쪽에는 테이블과 선풍기 2대 뿐이었다. 의자에 앉아봤지만 더운 바람을 뿜어내는 선풍기 만으로는 더위를 식히기 역부족이었다.
이곳 주민 이모(63) 씨는 "야외에서 더운 바람을 뿜어내는 선풍기가 무슨 소용이냐"며 "이 (무더위 쉼터) 마저도 오후 5시면 운영을 끝낸다"고 토로했다.
이 천막조차도 정원은 20명. 마을에는 500명 넘는 주민이 산다. 시가 폭염특별대책으로 남대문, 서울역 등 주요 5대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13개 무더위쉼터를 운영하지만 수용 인원은 한참 부족하다.
쪽방촌 한쪽 벽면에는 작은 입자의 물을 뿌려 주변 온도를 낮추는 시설인 '쿨링포그'가 물을 뿜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내 전역에서 운영을 멈췄는데 이날은 가동 중이었다.
박종태 남대문 쪽방삼당소 시설장은 오 시장에게 "쿨링 포그를 주민들이 너무 좋아했는데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중단된 상태다. 이 시설이 온도를 내려줄 수 있다"며 "가동할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무더위쉼터, 쿨링 포그 시설을 둘러본 오 시장은 쪽방 주민의 거주공간인 디딤돌하우스에 들어가 주민과 대화를 나눴다. 쪽방 건물 내부는 매우 습해 곳곳에는 곰팡이가 슬었다.
거주공간을 둘러보는 오 시장 앞에서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두 평도 안되는 방 안에서 더위를 피하던 옆방 주민은 "우리 방은 덥지 않느냐. 못 사는 데를 찍어서 좋은 방향으로 (보도가) 나가야지, 제일 큰 방을 찍어서 뭘 하겠다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방에 주민도 "죄송하지만 이쪽 방도 좀 봐달라. 좋은 방만 (사진을) 찍어가면 어떡하냐"고 소리쳤다.
오 시장이 폭염 저감대책 중 하나인 소화전 용수 살포를 참관할 때도 불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직원들과 함께 쪽방길 내리막 골목을 따라 물을 뿌리자 한편에서는 "이미지만 챙겨간다"고 비꼬았다.
쪽방 주민 이종숙 씨는 "냉난방 시설이 있는 임대주택이 마련되면 해결되는 것 아니겠냐"며 "12월 말이면 각자 건물주와 재계약하라고 하는데 제대로 된 집에서 주거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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