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질문서 신경전…"무상급식, 정착됐으니 인정"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보편복지가 아닌 선별복지가 옳다는 복지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 시장은 3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그 때(10년 전)나 지금이나 복지를 바라보는 눈은 똑같다"며 "고소득층에 돌아갈 혜택이 있다면 그걸 돌려서 저소득층을 두텁게 보장하자는 것이 제 원칙이다. 그게 옳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이호대 의원(더불어민주당·구로2)이 10년 전 무상급식 논쟁 때와 비교해 복지 철학이 바뀌었는지 묻자 나온 답변이다.
이 같이 오 시장과 이 의원은 보편복지와 선별복지와 관련한 질의를 통해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의원이 10년 전 영상과 관련 사례들을 되새기며 무상급식의 당위성, 효과에 대해 질의하면 오 시장은 다소 결이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식이었다.
10년 전 논쟁 당시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측에서 선별적으로 지원할 경우 지원받는 아이들의 낙인 효과를 우려했던 점에 대해 "이미 그 때도 (그런 문제를) 다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며 "그런 시스템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우리나라 IMF 금융위기 시절 미국 생활을 했는데, 가서 처음 2~3달 동안 우리 아이들도 저소득층 혜택을 받은 적이 있다"며 "그 때도 이미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누가 무상급식을 받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또 전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정의 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80% 지급 결정을 비판한 것을 예로 들며 "지금도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논쟁이 있다"며 "복지제도가 지속되는 한 영원히 지속될 논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오 시장은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기왕 정착된 정책인 만큼 취지를 충분히 존중한다"며 "그렇다면 유치원, 어린이집도 동일하게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지난 번에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5월 초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유치원 무상급식과 함께 어린이집 급간식비 현실화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날 시정질문은 이 의원을 제외하면 논쟁보다는 대부분 정책 질의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전날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런' 등 오 시장의 정책을 두고 맹공을 퍼부은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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