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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섭, 조국 재판서 "2년째 피의자 취급…검찰 눈치보게 해"
한인섭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이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연구기관(23개) 국정감사에서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서울대공익인권법인센터의 조모씨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인섭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이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연구기관(23개) 국정감사에서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서울대공익인권법인센터의 조모씨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완전한 증언거부권' 행사…"2009년 일 기억도 안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연루돼 증인으로 나온 한인섭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이 '완전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2년째 피의자 신분으로 방치된 상황에서 증언하는 건 부당하다는 이유다.

한 원장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한 원장은 조 전 장관 부부 혐의 가운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허위 발급 의혹에 얽혀 있다. 한 원장은 당시 센터장이었다.

이날 한 원장은 증인 선서서에 서명한 뒤 증언거부권 행사 사유를 소명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검찰은 조사가 끝났는데도 만 2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수사 종결 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며 "검찰은 제 피의자 지위를 방치한 채 법정 증언과 자료를 모아 증거자료를 보강하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진술거부권을 우회하려는 편법이 아닐까 우려하는바"라고 설명했다.

한 원장은 "피의자 증인은 매우 취약한 상태로 법정에 오게 되고 검찰 눈밖에 안 나도록 해야 하는 '눈치 보기 증인'이 돼 버린다. 피의자 증인의 취약성을 이용해 검찰에 유리하게끔 증인을 다루는 잘못된 관행도 있었다"며 "공판 직전에 증인을 검찰에 들르게 한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최근에야 대법원이 제동을 걸게 된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법정에 임하는 저로서는 기소 우려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본인 또는 가족이 기소되거나 형사 처벌받을 우려가 있을 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한 원장은 증언거부권 행사 방식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날 오전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조민 씨가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자 검찰은 '질문에 따라 조 씨가 증언을 거부하거나 유리한 내용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증인이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준비된 신문 사항은 묻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한 원장은 "정 교수 1심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한 증인에게 300개 이상의 질문을 하도록 소송지휘를 했다고 들었다. 이러한 연속질문은 법률상 보장된 증언거부권의 명백한 침해"라며 "일관된 증언거부 의사가 명확히 확인된 증인에게 더 이상의 질문은 불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거듭된 질문은 증인에게 답변을 강요하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서, 증인 의사를 무시한 연속 압박 질문은 법 기관의 증인에 대한 기본적 존중심이 모자란 것"이라며 완전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자신이 관여된 의혹에 대해서는 "제가 센터장을 맡은 동안 증명서 발급 업무는 사무국장의 몫이었다. 제가 관여하지 않았고 오래전 일이라 기억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라며 "제 연구실에 사법 피해자와 대학생, 대학원생, 중고등학생이 수시로 찾아오면 시간을 쪼개 상담하고 지도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며칠만 지나도 잊어버린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2009년 봄 무렵에는 안식년이어서 일본 대학교 교원직을 겸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조모 군(조 전 장관 부부의 아들) 관련 혐의에서는 피의자 신분이 맞지만 딸 조 씨 관련 혐의에는 한 원장이 포함돼 있지도 않다. 증언거부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망신 주기 위함도 아니고 실체적 진실 파악을 위해 증인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측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2009년 일에 대해서만 신문하라'고 지휘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친분이 있냐' ,'정 교수는 아느냐', '두 사람 자제를 직접 본 적 있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당시 센터 사무국장의 이름을 거론하고 실제 인턴십 확인서를 급히 내보이며 진위를 캐묻기도 했다. 그러나 한 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제 뜻은 재판부께 충분히 전달했다"고 일갈했다.

검찰은 한 원장의 진술조서의 진위를 확인하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한 원장은 '사실대로 기재된 걸 확인하고 서명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확인했다"고 짧게 답한 뒤 퇴정했다.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장관 부부의 딸 조 씨 역시 증언거부권 행사 사유를 밝힌 뒤 별도 신문 없이 법정을 떠났다.

아들 조 군에 대한 증인 신청은 철회됐다. 검찰은 "재판부께서 조 씨에 대한 전체적 증언거부권을 인정하셔서 조 군도 마찬가지로 진행될 것 같다"라고 "조 전 장관 측에 망신을 주기 위해 신청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에서 조 군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등의 재판은 다음 달 9일 이어진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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