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가 시우 씨 '정당한 사유' 인정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처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평화운동가 시우 씨(활동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시우 씨는 2017년 11월 서울지방병무청장에게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없이 제때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시우 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시우 씨가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판단했다.
병역법 88조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시우 씨는 성소수자로서 고교 때부터 기독교 신앙에 의지했고 대학교 입학 뒤에는 선교단체 활동을 하면서 각종 반전평화 시위에 참여했다. 페미니즘을 접한 뒤에는 스스로 '퀴어 페미니스트'로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지지하게 됐다. 3년간 대학 교지 기자로서 다양한 반전·소수자 인권 기사를 써왔고 대학원에서도 관련 논문을 써 학위를 따 단행본도 출간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활동과 삶을 볼 때 시우 씨의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원심 재판부는 "시우 씨의 사고는 국군에 대한 편향적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나 병역거부 사유에서 정당한 이유 판단이 양심 내용의 타당성에 따라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진지하고 강력한 마음의 소리가 깊고 확실하며 진실한가에 따라 이뤄지는 이상 정당한 사유를 인정함에 장애는 되지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지금까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당사자는 교리상 병역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대부분이었다. 시우 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며 단순히 기독교 신앙만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지도 않아 기존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과는 다르다
대법원 관계자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한 최초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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