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문 정부 4년 차' 검찰보고서 발간…"셀프수사 여전"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성접대 의혹이 가려진 채 출국금지 사건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이른바 '제식구' 수사에는 미온적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4년 검찰보고서' 발간 기자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 4년 차의 검찰을 이같이 평가했다.
오 소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소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활발히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휴가 미복귀 의혹,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 등을 예로 들었다.
오 소장은 이 중에서 김학의 사건에 대해 "출국금지와 관련된 살아있는 권력 수사인 것과 동시에 이면에는 '검사의 검사에 대한 수사(셀프수사)' 성격으로 관점이 전환됐다"며 "김 전 차관의 별장 성범죄 의혹 자체는 사라지고 출국금지만 남게 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은 "검찰 과거사 청산에서는 '김학의가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왜 밝히지 못했느냐,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민주적 통제를 하지 못했는지가 문제"라며 "검찰 구조적 문제에 접근했어야 했는데 미시적인 사건에만 집착하다 보니까 여전히 대한민국 검찰은 과거사 청산을 하지 못한 한계에 부딪혔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는 집중하면서도 '셀프수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도 지적했다. 김봉현 술접대 사건 수사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판사 사찰 의혹 수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모해위증 교사 의혹 등이 예다.
오병두 소장은 "(술접대 사건의 경우) 전현직 검사 4명이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으로 논란이 됐으나 실제로는 '99만원'으로 불기소했다. 한명숙 전 총리 수사 과정에서는 고의로 증인에게 증언을 강요하고 불러 연습까지 시켰다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 역시 시간을 끌다 무혐의로 결론 나고, 추가 조치 없이 공소시효만 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지적된 셀프수사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윤석열 검찰의 대응도 다르지 않았다"며 "한 전 총리 사건이 그나마 이 정도로 알려진 것은 폭로한 피해자와 수사지휘권, 감찰권을 발동한 장관이 있었고, 내부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검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석열 전 총장이 직을 내던지면서 했던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는 발언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윤 전 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 수사기소 분리가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정신 파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며 "마치 검사가 수사해야만 법치가 실현되고 민주주의가 수호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자 오만이고, 선민의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의 대립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검찰개혁이 묻혔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상희 위원은 "추윤갈등이라는 두 명망가의 권력대립으로 검찰개혁 논의가 진영논리에 기반한 정치적 대립 양상으로 전이됐다"며 "검찰개혁 방향성이나 실천과제의 설정 등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에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구체적인 지침없이 개별 사건에 따라 지휘권이 발동됐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은 "검찰과 법무부의 어떤 관계를 전제로 수사지휘권이 발동됐는지, 또 어떤 상황이면 발동될 수 있는지 지침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채 그때그때 사건을 계기로 장관이 개입한다는 식의 지휘권이 발동됐다"며 "발동 결과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부터 매년 검찰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올해가 13번째로 지난해 5월부터 지난 5월까지 검찰의 주요 사건 수사 일지와 검찰개혁 이행현황 등이 담겼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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