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도를 아십니까'로 접근하는 사람들의 실체
[더팩트ㅣ탐사보도팀] 최근 서울 방배역과 내방역 일대에서 금전을 목적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 사이비 종교인들이 출몰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명 '도를 아십니까'로 불리는 이들은 2인 1조로 움직이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포섭해 친분을 맺으려 합니다.
아마 시청자분들도 이들의 정체가 궁금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방배동의 한 거리.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 취재진이 서있습니다. 거리로 나선지 1시간 채 되지 않아 2명의 여성이 기자에게 접근해 자연스레 말을 겁니다.
[신도A: 기운이 천복이 있어요. 죽을 고비가 있어도 살기운이 있어요. 집안에서 맏이에요?]
[기자: 네.]
[신도A: 본인이 맞이가 아니어도 맏이 역할이라도 해야 돼요. 무슨 일하고 계세요?]
[기자: 취준생이에요.]
[신도A: 카페에서 차라도 마시면서 대화 더 해요. 앉아서 조금 써드리면서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요. 차 한잔 베푸실 수 있으세요?]
그들은 기자의 신상을 물으며 능숙하게 대화를 리드합니다. 취재진은 신분을 감추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카페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조용한 자리로 옮기자, 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변합니다.
[기자: 뭐 하시는 분들이에요?]
[신도B: 미륵부처님 절에서 업닦는 사람이에요. 지금 본인이 되게 크신 분인데 음양오행 기운이 구름처럼 많이 가려져있어요.]
[기자: '불교' 이런 곳이신가요?]
[신도A: 미륵부처님 절.]
[신도B: 저희는 도장이 강원도에 있고 대구에 있고 괴산에 있고 부산에 있는데 선방(참선하는 방)은 방배 구름다리 위에 있어요. 거기 같이 가셔가지고 평생에 한 분 길문 열어드리는 정성을 들여보세요. 음양오행 과일 놓고 술술 풀리라고 술도 조금 따라주고 왼손금에다가 장 지지는 정성을 한번 드려보세요. 물만 떠놓고는 할 수 없으니까 비용은 조금 들어가긴 해요. 이게 솔직히 딱 정해진 건 없는데 본인이 얼마 정도 하실 수 있어요?]
[기자: 보통 얼마 정도?]
[신도B: 한 살당 만 원 해서 나잇값도 받고, 본인이 만약 상황이 어려우면 조금도 해드릴 수 있는 거예요. 중요한건 오늘이 날이기 때문에 하시는게 좋은거에요.]
그들의 목적은 돈이었습니다. 막힌 기운을 열어주겠다는 등 전도를 합리화하며 제사를 꼭 지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취재진은 그들의 은밀한 소굴을 파악하기 위해 현금을 인출했습니다.
그들은 기자가 은행으로 들어가자, 어디론가 빠르게 전화를 합니다. 정황상 윗선에 상황을 보고 후 제사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도B: (현금을 받으며) 머리 쪽으로 넣어주세요.]
기자가 은행에서 나오자 현금을 흰 봉투에 재빠르게 집어넣습니다.
[기자: 이게 또 뭐 규칙이 있나 봐요? 여기 법당에 같이 사시는 분들은 얼마나 계시는 거예요?]
[신도B: 여기는 특별히 크지 않아서 10명 정도? 우리는 여러 군데 있어요.]
20여 분 걸어가 한 건물 4층으로 이동합니다. 그들의 합숙소는 생각보다 평범했습니다. 그들은 기자를 전도시키기 위해 조상을 언급하며 터무니없는 교리를 설명했습니다. 이후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신도들이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방에서 은밀한 대화가 들립니다.
[신도B: 잘 생기긴 했는데. 정성을 많이 들여서 잘 마음을 먹어야겠지.]
[신도A: 네. (함박웃음 짓는 신도들)]
[신도B: 우리 이제 웃으면 안 돼.]
[신도A: 웃음이 나오는데.]
[신도B : 우리 2호 하자. 2호.]
[신도A : 3호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2호라도 하자. 점심 먹기 전에 뿌듯하네.]
한복으로 갈아입은 신도들은 기자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방을 옮깁니다. 벽에는 병풍 하나와 오래된 과일들이 놓인 제사상이 보입니다. 두루마기를 걸친 기자는 그들이 시키는 데로 절을 여러번 진행합니다.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스무 차례 이상 절을 한 뒤, 마지막에 이름을 적은 종이를 손바닥 위에 말아올려 태웁니다. 제사를 마치자 그들은 떠나려는 기자를 막아섭니다.
[기자: 가야 될 거 같아서요.]
[신도B: 이거 음복 하나씩만 맛보고 가세요. 내일 시간 되세요? 내일 여기 왔다 갔다 하세요.]
[기자: (제사) 이거 하면 선생님들도 좋은 거죠?]
[신도A: 그렇죠. 같이 좋은 거죠. 같이 잘 되는 거예요. 저희는 뭐 바라고 하는 건 아니고 이분이 잘 됐으면 좋겠으니까.]
제사를 마치고 나와 손바닥을 보니 노란색 흔적이 남았습니다. 기자는 근처 주민들에게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민A: 거기 그거예요. 도를 아십니까. (일반 사람들) 맨날 왔다 갔다 하죠. (그들이 설립한) 학교도 있고 요양원도 있고. 중요한 건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들이 아니에요.]
취재진은 다음날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전날 본 신도를 포함해 2인 1조로 이뤄진 2개의 팀이 동선을 나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들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기자: 행인들에게 말을 거는 이유가 뭔가요?]
[신도A: 말로 덕을 쌓는 사람이에요. 절에서 나왔어요. 지나가는 길에 인상이 좋아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기자: 이 동네에서 금전을 요구하는 분들이 있다는데요?]
[신도C: 우리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기자: 시민들에게 뭐를 여쭤보는 건가요?]
[신도D: (한참을 회피하더니) 대답하기 싫어요.]
기자와 만난 그들은 뻔뻔한 표정을 짓거나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했습니다.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그들의 합숙소로 향했습니다.
[기자: 어떤 단체이신지요?]
[신도E: (여기는) 미륵부처 선방이고요. (기자를 가리키며) 어제 정성 들였으면 조상한테 그렇게 해서 끝난 거잖아요. 우리는 본인 잘 되라고 한 건데. 좋은 마음으로 하신 거잖아요? 돈 요구한 것도 아니고요. 본인이 어제 술 따르고 하셨죠? 그랬으니까 돈이 들어간 거예요. 돈 달랬어요?]
당당함을 유지하는 그들은 사람들에게 돈을 강요하지 않았고, 스스로가 제사비용으로 돈을 지불했다고 말합니다. 결국 그렇게 모은 현금은 누가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보이스피싱 만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이들의 전도 방식은 이미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알려져 있지만, 현재도 거리 곳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포교활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길에서 수상한 사람이 말을 건다면 단칼에 거절하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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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임세준·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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