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첫 자체 수사'…"공익상 공개하려면 절차 거쳤어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에 따른 감찰에 이어 공수처까지 공식 수사에 나서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24일 고발인 자격으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김한메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사세행은 지난 17일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을 유출한 '성명불상'의 현직 검사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공수처는 이 건을 '2021년 공제 4호 사건'으로 등록했다. 1·2호는 경찰에서 이첩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3호는 검찰에서 이첩된 이규원 검사의 ' 윤중천 면담 보고서 의혹'이다. 이번 공소장 유출 의혹이 공수처가 자체 수사에 나선 첫 사건인 셈이다.
공수처는 김 대표에게 공소장 유출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는지, 범죄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김 대표는 "공소장을 피고인이 받기도 전에 현직 검사가 직무상 획득한 것을 유출했다면 명백한 공무상 비밀누설"이라며 "법정에 가기도 전에 피고인은 여론 재판을 받아 방어권을 침해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은 기소된 다음 날인 지난 13일 처음 보도됐다. 유출된 문건에는 이 지검장의 혐의는 물론 기소되지 않은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혐의 사실과 정황 등 상세한 내용이 적시돼 논란이 됐다.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대검은 유출 의심 대상자들을 추리는 등 감찰에 착수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필요하다면 형사사건 공개 규정에 따라 공소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이번 공소장 유출은) 절차 위반"이라며 "그간 검찰은 수사 도중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려 여론을 왜곡해 비판을 많이 받았고 이번 사건도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공소장 유출 행위를 수사·감찰하는 것은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박범계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에는 '선택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무부가 '김태현 스토킹 살인 사건' 등 피고인이 일반인인 사건은 공소장을 공개하면서 이성윤 지검장과 여권 인사 관련 사건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판 개시 전에는 서류가 공개될 수 없다. 공소장 등 법원에 제출된 서류는 법원이 관리한다"며 "(검사 개인이) 검찰 내부망에서 보고 공개하는 것은 국민 알 권리 차원이 아니다"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47조는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실제 법무부는 공소사실이 공개되는 1회 공판기일 이전에는 공소장 요지만 제공한다. 이후에는 법령에 따라 요청하는 국회의원에게 공소장을 보낸다. '김태현 사건'의 공소장 전문은 제출된 적이 없고, '광주 세 모녀 사건' 등은 1회 공판기일 후에 공소장이 공개됐다.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은 지난 10일에서야 1회 공판기일이 열려 그간 공소장 요지만 알려졌다.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이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건 역시 아직 1회 공판기일 전으로 공소장 전문은 제출된 적이 없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으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사건은 검찰에서 공범 수사를 이유로 법무부에 공소장을 보내지 않았다.
하 교수는 "검찰이 국민 알 권리라는 공익 때문에 공개했다면 공적 절차를 거쳐야 했다"며 "검사 개인이 알 권리를 충족한다고 판단하고 공개했다는 것인데 공보준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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