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검찰총장 임명 전 마무리할 듯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허위 보고서 작성 의혹'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긴 검찰이 이 검사의 나머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새 검찰총장 임명 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이 검사를 조만간 출석시켜 일부 혐의를 공수처에 이첩한 후 남은 기획사정 의혹과 명예훼손 등 혐의를 조사할 계획이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은 이 검사가 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활동 당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교감 아래 건설브로커 윤중천 씨를 면담한 후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언론에 흘려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비서관이 이 검사의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3월 이 검사의 보고서를 근거로 2013년 김 전 차관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권고했고, 다시 두달 뒤 이 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갑근 전 고검장이 윤씨와 만나 골프와 식사를 함께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곽 의원과 윤 전 고검장은 이 검사 등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다만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비서관 측이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수사가 순조롭게 매듭지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2019년 한겨레의 윤중천 보고서 보도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당시 한겨레는 '윤중천 보고서'에 따르면 윤중천 씨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원주 별장에서 본 것 같다'고 진술했는데도 검찰이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보도했으나 이후 오보라고 인정했다.
이 검사는 기사를 쓴 한겨레 기자를 지목하며 "기자님께서는 주위에 취재원이 저라고 말씀하셨다고 알고 있다"며 "그 얘기를 전해들은 언론 좀 타는 변호사 몇 분이 공적인 자리에서 저를 거론해 제가 속한 조직에서, 다수 언론보도에서 취재원으로 낙인찍혀 심한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겨냥한 보고서 언론 유출 의혹에 대한 항변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도 '윤중천 보고서'를 보고받은 적이 없고 이광철 비서관 역시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검사가 새 검찰총장 임명 전까지 수사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이 사건을 회피 신고해 보고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이 검사의 허위 보고서 작성 혐의를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면서 사실상 하나의 사건을 둘로 쪼개 수사한다는 점도 변수다. 공수처와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수사가 엇갈린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수사팀으로서는 시간이 없다. 새 검찰총장 취임 후 이 사건을 수사해온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 부장검사는 지난 2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임명 후 첫 검찰인사에서 교체가 유력시 됐으나 한차례 유임됐다.
이에 따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총장의 취임이 유력한 다음달 초까지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을 모두 결론낼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인 만큼 새 총장이 오기 전 마무리해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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