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치인' 수사 협조하자 "검사들 눈물 나게 잘해줘"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사 술접대 사건'을 폭로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법정에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김 전 회장은 술접대 사건으로 같이 기소된 현직 검사를 놓고 "남부지검에 가니 술자리에서 뵀던 분이 책임자로 있었다"고 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박연욱 부장판사)는 18일 정치자금법 위반과 배임수재 혐의를 받는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김봉현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위원장 재판 핵심은 김봉현 전 회장의 진술이다.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필명 '미키루크'로 활동했던 이 전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 출마 준비를 하던 2018년 7월 김 전 회장에게 선거사무소 개소 비용 명목 등으로 불법정치자금 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자신이 감사로 재직하던 전문건설공제조합의 투자를 부탁받아 동생에게 5천6백만원을 건네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검찰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 전 위원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보고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 전 위원장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은 기존 진술을 뒤집고 이 전 위원장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3천만원은 정치자금이 아니고, 동생에게 돈을 건넨 것 역시 도의적인 감정에서 빌려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증언을 인정하지 않고, 이 전 위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진술이 바뀐 점을 집중 추궁했다. 김 전 회장이 이 전 위원장의 1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지난해 10월16일. 김 전 회장이 옥중입장문으로 현직 검사 룸살롱 접대부터 여당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선택적 수사 등 각종 의혹을 폭로한 날이다.
검찰은 당시 1심 증언과 이날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일부 다르다고 지적했다. 1심 때는 김 전 회장이 돈을 건넨 것과 투자 사이에 어느 정도 관련있다는 투로 진술했는데 이날 재판에서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또 바꿨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증인의 1심 증언은 입장문이 작성돼 외부에 공개된 이후인데, 당시가 오히려 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오늘 말씀드리는 게 명확하다"며 "(1심 증언 당시) 아침까지 변호사를 접견하면서 고민하고, 오후에 나와서 증언했다. 재판에서 거짓말하면 위증죄로 처벌받고, 신빙성이 흔들리면 제 재판에도 영향이 있다는 것을 바보가 아니라서 안다. 당시는 입장문이 공개돼 심리적이나 정신적으로 불안했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상호 전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하라는 압박을 크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하얀색을 검정색으로 바꿔 진술했다. 이 전 위원장 1심 증언 날짜를 기점으로 사실대로 말을 한 것"이라며 "이 전 위원장이 청탁이나 로비해서 큰 도움을 줄 사람도 아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진술했는데, (이 전 위원장이) 기소되자 양심의 가책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조사 당시 검찰에 적극 협조한 배경에는 검사 술접대 의혹으로 같이 재판에 넘겨진 검사 출신 변호사와 현직 검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사건으로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전관인 A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 자신을 대하는 검사들의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체포 당시에는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A 변호사가 온 뒤로 검사님들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그 상태에서 A 변호사를 의지하게 됐다. '저 형 말 들으면 사는구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A 변호사가 면회에서 '가면 무조건 살려달라고 해라. 가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라더라. 그러고 남부지검으로 가게 됐는데 술자리에서 뵀던 분이 책임자라고 계셨다"고 주장했다.
옥중편지에서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 A 변호사와 현직 검사 3명에게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라임 의혹으로 김 전 회장에 수사망이 좁혀오기 불과 몇 개월 전이었다. 이듬해 2월 B 검사가 남부지검 라임 사건 수사팀장으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남부지검에서 B 검사의 얼굴을 본 순간 A 변호사가 한 말의 의미를 알게 됐다"며 "그때부터 '검찰에 충성하면 사는구나' 'A 변호사의 말만 들으면 사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여권 정치인 의혹 등 검찰이 원하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자 검사들이 "눈물 날 정도로 잘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다. 특히 한 검사는 자신에게 신앙 이야기로 편지까지 써주면서 잘 대해줬다고 털어놨다. 김 전 회장은 "(수사에 협조하니까) 검찰로부터 압박을 받거나 한 것은 없었다. 검사들은 제 사건을 일괄기소 해준다거나, 보석상태에서 재판 받게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실제 검사들과 가족같은 분위기가 됐다. 일반적으로 면회도 못 하는데 자연스럽게 시켜줬다. 전화도 그랬다. 입장을 뒤집는다는 것은 저에게 괴로운 일이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김 전 회장은 이 전 위원장의 혐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위원장 동생에게 5천6백만원을 입금한 것은 자신 때문에 주식투자 손해를 봤기 때문에 준 것이라고 했다. 특히 1심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판단한 3천만원의 경우도 돈을 빌려줄 당시 선거와 관련된 어떠한 내용을 들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의 다음 재판은 6월10일 열린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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