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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 vs "무리한 기소"…가습기 살균제 2심 돌입

  • 사회 | 2021-05-19 00:00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사진) 전 SK케미칼 대표 측은 항소심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사진) 전 SK케미칼 대표 측은 항소심에서 "무리한 기소"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홍지호 기자

성분·질환 인과관계 쟁점…재판부 "주장 아닌 근거 필요"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등이 항소심에서 "무리한 기소"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기업이 이윤만 추구해 벌어진 사회적 참사라며, 뒷받침할 증거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4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의 2심 첫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기업이 금전적 이윤만 추구하고 (이용자의) 건강을 도외시한 결과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며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피해를 뒷받침할 수많은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고서 일부 문구와 전문가 일부 증언만 취사선택하고 과학적·합리적 근거를 배척한 1심 판단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동물실험과 역학조사, 전문가 증언 등에 비춰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과 천식의 원인 물질이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1심에서 증인으로 나온 전문가 다수가 무죄 판결 뒤 유감을 나타내는 성명을 발표한 사실도 언급했다.

반면 피고인들은 1심 무죄 판단은 타당하며, 애초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 측 변호인은 "1심 판결은 전문가를 포함한 34명의 증언을 듣고 10만 쪽 상당의 증거 기록을 검토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이라며 "지극히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은 "검찰 역시 가습기 살균제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질병관리본부 발표 등을 근거로 2017년 9월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며 "(이 사건 기소는) 검찰의 과거 결정에도 반하는 무리한 기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SK케미칼이 원인 미상의 폐 질환 피해자는 물론, 공소시효 완성으로 기소되지 않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민·형사상 합의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은 의심이 해소돼야만 유죄 판결을 한다"며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근거에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됐고 (1심 판결이) 비합리적인지 밝혀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홍 전 대표는 애경산업과 함께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면서, 원료의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는 등 주의 의무를 위반해 9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2019년 5월 구속기소 됐다. 같은 해 9월 지병을 이유로 청구한 보석이 받아들여져 석방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안 전 대표는 SK케미칼에서 공급받은 원료로 2002~2011년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원료 물질인 CMIT와 MIT의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아 9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2019년 6월 불구속기소 됐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월 "CMIT·MIT 성분이 포함된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및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 재판은 7월 13일 오후 4시에 이어진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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