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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수습-개혁 마무리' 두 토끼 잡을 검찰총장 있나

  • 사회 | 2021-04-14 05:0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재보선 완패로 복잡해진 셈법…유력후보 이성윤 입지 흔들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13일 장영수 대구고검장이 취임한 지 8개월 만에 사의를 밝혔다. 신임 검찰총장 인사를 앞둔 고위간부들의 줄사표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작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일정조차 뚜렷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로 문재인 정부의 차기 총장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11개월 남은 대통령 선거에 앞서 '민심 수습'과 '검찰개혁 마무리'라는 두 토끼를 잡을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않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차기 총장 인선절차를 놓고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애초 이번 주 열릴 전망이었던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차기 총장 인선에)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면서 "절차 예측이 어렵고 지금 당장 계획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윤석열 총장의 사퇴 후 차기 총장 인사에 속도를 낼 뜻을 밝혔을 때와는 온도차가 크다.

그러면서 "공백 상태를 신속히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서 잘 반영하는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총장 인선 절차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대선 정국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으면서 검찰 조직을 잘 이끌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입장에서 유력 카드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시간벌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청와대는 이르면 이번주 인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또한 원내대표 경선과 당대표·최고의원을 선출할 전당대회가 앞당겨지면서 여유가 없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 사이 '검찰개혁'을 놓고 논쟁이 치열해 섣불리 입장을 정하기도 모호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마당에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야권이 강력하게 비토하는 이성윤 지검장을 강행한다면 역풍을 감당해야 할 우려도 있다.

이 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될 수 있는 처지인 점도 부담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대검에 이 지검장을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소된 검찰총장'은 전례가 없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그동안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검찰 이슈'를 다시 부각시키고 윤석열 전 총장의 존재감만 높여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 내 몇 안 되는 우군인데다 임기말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를 제어할 가장 믿을 수 있는 '이성윤 카드'를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2일 국민 천거 절차를 마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3~4명의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 더팩트 DB
지난달 22일 국민 천거 절차를 마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3~4명의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 더팩트 DB

검찰 조직을 추스를 수 있는 적임자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도 물망에 오른다. 현 정부 출범 후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파견돼 적폐청산을 주도했고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는 등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다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사태 당시 추미애 장관에게 직무배제 조치 철회를 요청하며 검찰 내 신망은 높였지만 정부와는 소원해졌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밖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 구본선 광주고검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도 후보로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2일 국민 천거 절차를 마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3~4명의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장관의 제청을 받은 대통령이 총장 후보를 최종 지명한다. 이후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고려하면 신임 총장은 5월이 돼야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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