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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야심찬 '공시가격 재조사'…산 넘어 산

  • 사회 | 2021-04-15 05:00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시가격 재조사를 언급하며 급등한 공시가격으로 인한 시민들의 부담을 덜자고 주장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산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동률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시가격 재조사를 언급하며 급등한 공시가격으로 인한 시민들의 부담을 덜자고 주장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산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동률 기자

권한은 국토부에…세율 조정도 제도상 한계

[더팩트|이진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공시가격 재조사를 추진하면서 시민에게 절세 혜택이 돌아간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로 난항이 예상된다.

오 시장은 13일 취임 뒤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급증한 공시가격으로 국민들의 부담도 함께 상승했다"며 "지난 1년 동안 공시가격이 거의 20%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에 재산세 부담과 종부세의 상승, 건강보험료의 상승을 비롯해 예순 가지가 넘는 국민생활부담이 나타났고 많은 국민들이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앞서 10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 차원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중앙정부와 협의한다면 급격하게 상승한 공시가격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협의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일정 부분 재조사가 필요하다면 재조사를 해 왜 공시가격을 동결해야 하는지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해진다. 지난해 말 시세와 현실화율 제고 기준을 적용해 산정된 올해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19.08% 상승했다. 공시가격의 상승폭은 세종(70.6%), 경기(23.9%), 대전(20.5%), 서울(19.9%), 부산(19.6%) 순이었다.

다만 현행법 상 서울 부동산 시세의 핵심인 아파트 공시가격 책정 권한은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에 있다. 지자체는 개별 땅, 개별지와 개별주택, 단독주택에 대해서 공시가격을 조사할 수 있으나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대한 권한은 국토교통부가 갖고 있다.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격은 19.08% 상승했다. /배정한 기자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격은 19.08% 상승했다. /배정한 기자

국토부는 공시가격 재조사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산정에 문제는 없다"며 "일부 지자체에서 주장하는 공시가격 동결은 그 자체가 시세 왜곡이다. 시장논리의 위배되는 것뿐만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어떤 방식으로 공시가격을 재조사하게 될지 모르겠으나 만약 의견을 정리해 제시한다면 주택소유자가 제시하는 이의신청과 준하는 수준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만 공시가격 재조사 대신 지자체 차원의 세율 조정을 통해 시민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부동산원이 그동안 축적한 엄청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시가격을 추산하는 것인데 서울시가 그런 자료와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해 더 나은 모형을 개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공시가격을 재조사하는 것은 국가행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오히려 개개인이 집 국토부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이의신청을 활용하는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라는 로드맵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이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 이런 점을 개선하고 명확한 조사 근거를 공개하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공시가격 급증으로 조세 부담이 큰 시민들을 위해 정부차원이나 시 차원에서 조세를 감면해주는 게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이 상승이 확실히 빨라져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서울시와 국토부가 그동안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던 공시가격을 중장기적으로 시세 90%를 맞추는 방안과 그에 따른 투명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세금부담 문제는 세율조정을 통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안으로 제시된 세율 조정도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다. 재원을 담당하는 자치구의 재정 여력과 함께 조례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율 조정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중앙정부 정책과 다르게 재산세를 감면했던 적이 있으나 현재는 탄력세율 적용 요건을 조례로 제정한 상태"라며 "재산세를 5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은 시세가 아니라 구세이기 때문에 자치구의 재정 여력이 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세법 제111조 3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특별한 재정수요나 재해 등의 발생으로 재산세의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 1항의 표준세율의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 다만, 가감한 세율은 해당 연도만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고, 과거와 달리 특별 재정수요나 재해 등의 요건이 추가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시가격의 문제는 현재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국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시에서 재산세를 감면해준다고 해서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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