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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종엽 변협 회장 "배심제로 '사법권력 시민화' 이뤄야"

  • 사회 | 2021-04-05 05:00
이종엽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 1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의 사명으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꼽았다.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이종엽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 1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의 사명으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꼽았다.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美 디스커버리제 도입 추진…전관예우 철폐는 현재진행형"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배심제의 핵심은 사법적 결정에 시민이 참여해 시민 스스로 창(구속·기소)과 방패(유·무죄 판단)를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 배심제는 사법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종엽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후보 시절부터 기치로 내걸었던 '사법 권력의 시민화'를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배심제 도입'으로 답했다. 사건 당사자인 시민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미국식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 도입, 전관 변호사의 사건 수임 기간·고문 활동 제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2년 인천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이 협회장은 3년 남짓한 검사 생활을 뒤로하고 199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어느덧 검사 경력의 아홉 배에 달하는 시간을 변호사로 보낸 그는 1일 <더팩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변호사의 사명으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꼽았다. 이어 사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직업보다 높은 책임감과 윤리성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책임감·윤리성과 상반되는 변호사 사회의 '고질병'이 있다.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가 변호사로 개업하며 부적절한 특혜를 누리는 '전관예우'다. 일각에서는 전관예우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 협회장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판·검사뿐만 아니라 경찰 간부가 변호사로 개업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공수처 검사·수사관의 변호사 전향도 예상되는 만큼 전관예우 철폐를 위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관'한 변호사로서 이 협회장이 생각하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수임 제한 기간 연장이다. 현행 변호사법상 공직자 출신 변호사는 자신이 속했던 국가기관에서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하지 못한다. 이에 더해 법무부는 지난해 이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협회장은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기간 연장에서 나아가 '고문 활동'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봤다. 법조계에서는 직접 사건을 맡지 않으면서도 값비싼 보수를 받으며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협회장은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마련됐지만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라며 "수임 제한 기간의 연장은 전관예우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중요한 방안이다. 아울러 미국·일본처럼 전직 법관·검사가 법무법인 등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는 것을 제한할 제도적 수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종엽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이종엽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법조 3륜 중 국민과 가장 가까운 직역인 만큼 소송제도 개선에도 목마르다. 이 협회장은 특히 검찰 수사기록의 열람·등사 문제에서는 법원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그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증거개시 의무를 명시하고, 검사가 증거개시를 하지 않을 경우 법원이 검사에게 열람·등사 허용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하지만 정작 법원의 명에도 검사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열람·등사를 강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수단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식 디스커버리(증거수집제도) 도입을 위해 대한변협 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협회장은 "사건 당사자의 실질적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는 단순 열람·등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 제기 전 법원에서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하는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형사소송은 물론 민사소송에서도 널리 인정돼야 할 제도"라고 역설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나아가 '사법 권력의 시민화'를 이룩하자는 포부도 있다. 이 협회장은 "항소 사건을 담당하는 고등법원이 지금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수원 등 6개 지역에만 설치돼 있는데 이는 곧 항소심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지역의 고등법원을 왕래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시민의 사법권 보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만큼 인구·사건 수에 비춰 고등법원 설치가 필요한 지역이 있다면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민이 직접 사법권을 행사하는 방안으로는 배심제를 꼽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소배심제(배심원이 검사의 증거자료를 심리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제도)에서 나아가 구속·기소까지 직접 판단하는 대배심제를 도입한다면 진정한 '사법 권력의 시민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다. 이 협회장은 "형사사건의 대배심제란 배심원이 검사의 증거 등을 심사해 피의자의 구속·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로 사실상 검사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대배심제까지 도입된다면 시민 스스로 '창'(구속·기소 결정)과 '방패'(유·무죄 판단)를 가지게 된다. 사법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한변호사협회 협회관. /이동률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한변호사협회 협회관. /이동률 기자

지난 2월 22일 51대 대한변협 협회장으로 취임한 이 협회장이 직면한 법조계 현안은 만만치 않다. 2017년 드러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의 후폭풍은 여전히 거셌다.

이 협회장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촉발된 법원개혁의 근간은 사법권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법원 인사의 투명성 재고를 꼽았다. 그는 "국민은 법원이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정의의 수호자로 존경받기를 원한다. 법원 개혁의 중심은 사법권 독립이 돼야 하며, 특히 인사의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며 "법원 인사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민주적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해묵은 과제인 '검찰개혁'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위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이 협회장은 "검찰이 지난 세월 권력 통제와 인권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해 비판을 받아 온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변경하는 일은 국민 권익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중수청 설치는 검찰의 독립성·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이 협회장은 "검찰 수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이미 대폭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남아 있는 검찰의 6대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중수청으로 이관한다면 이는 사실상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라며 "특히 중대범죄의 경우 전문화된 수사 인력이 필요하다. 검찰에 남겨진 6대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넘어간다면 수사 대응 능력에 큰 공백이 생겨 결국 그 피해는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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