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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가 걸릴까"…코로나19 잊은 '젊음의 거리'

  • 사회 | 2021-03-29 00:00
26일 저녁 8시경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술집이 밀집한 골목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담배를 피우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승현 인턴기자
26일 저녁 8시경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술집이 밀집한 골목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담배를 피우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승현 인턴기자

금요일밤 홍대·수원역 곳곳에 '턱스크'…경찰 "마스크 단속은 구청"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박지윤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500명대를 넘어선 지난 26일 금요일, 서울 홍대 앞 거리나 경기 수원역 인근 유흥가는 '불금'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술집 앞으로 늘어선 '대기 줄'과 마스크 없는 취객들, 10시 이후 단속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는 '3차 행렬'은 거리두기 정책과는 무관한 모습이었다.

퇴근 시간이 지난 오후 8시. 마포구 홍대거리 한 헌팅포차 입구에는 열 팀이 넘는 대기 줄이 늘어섰다. 가게 직원이 나와 "이미 만석이고 자리가 언제 날지 모른다"며 "지금 줄을 서면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줄을 선 젊은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인근 헌팅포차 3~4곳 모두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헌팅포차를 찾은 김모(26) 씨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심심해서 자주 놀러온다"며 "일반 술집은 일주일에 세 번씩, 헌팅포차는 2주에 한 번씩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리가 없는 술집 입구에 사람들이 팀별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현 인턴기자
자리가 없는 술집 입구에 사람들이 팀별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현 인턴기자

거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술 마시는 도중 담배를 피우러 나온 사람들은 물론, 담배를 피지 않는데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서성이는 이들도 간혹 보였다. 인근 공원에서는 외국인들이 핫도그와 음료를 마시면서 모임을 즐겼다. 포장마차, 아이스크림 가게, 양식집 등 야외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도 마스크를 벗은 채 식사하고 대화를 나눴다. 근처 편의점 직원은 "마스크 벗은 취객이 가끔 들어오는데 제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비가 생기거나 싸우는 상황이 발생해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현 단계(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2주 연장했지만, 길어지는 거리두기에 시민들은 경각심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김씨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으면 더 우울하다"며 "어차피 하루에 몇백 명밖에 안 걸리는데, 그중에 '내가 걸릴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4·7 재보궐 선거유세도 열렸다. 오후 7시40분경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옷가게들이 줄지어있는 홍대 중심가에 나타났고 사람들은 "박영선이다", "따라가자"며 몰려들었다.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진을 찍는 박 후보와 선거 관계자들 주위를 순식간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에워쌌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유세 현장. 박 후보는 이날 오후 6시부터 홍대 상상마당을 중심으로 선거유세를 이어갔다. /최승현 인턴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유세 현장. 박 후보는 이날 오후 6시부터 홍대 상상마당을 중심으로 선거유세를 이어갔다. /최승현 인턴기자

같은 날 저녁 경기도 수원역 인근 먹자골목도 상황은 비슷했다. 거리 곳곳에서 '턱스크'(턱에 마스크를 걸치는 행위)를 한 채 담배를 피우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건물 사이 한 골목에서는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흡연을 하며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경찰관이 이들에게 다가갔으나 신분증 확인만 할 뿐 마스크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턱스크를 한 채 전화를 하거나 팔짱이나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시민들도 보였다. 인근 지구대 관계자는 "길거리 흡연자들의 신분증 검사는 경찰이 하는 게 맞다"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단속하는 것은 구청 일"이라고 했다.

주점이나 식당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고 입구에 대기 줄이 있는 곳들도 많았다. 그러나 대기 중이거나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거리'는 없었다. 띄어앉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음식을 먹을 때 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준수하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인근 주점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김모 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손님을 놓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고, 그것이 당연하지만 손님들에게 가서 말하는 게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26일 오후 8시경 수원역 인근 먹자골목에는 '불금'을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박지윤 기자
26일 오후 8시경 수원역 인근 먹자골목에는 '불금'을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박지윤 기자

영업제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술자리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원 먹자골목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10시 영업이 끝나면 "손님들이 대부분 알아서 나가지만 너무 취한 경우에는 따로 안내를 해야한다"며 "방역을 위해 명부작성과 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합정역 6번 출구 앞 한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은 10시가 넘어서도 떠날 생각을 않다가 종업원의 종용에 마지못해 술집을 나섰다. 술집을 나온 한 중년 무리는 "편의점에서 맥주 한 잔 더 하자"며 인근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포구에 사는 김모(28) 씨는 "오후 10시까지는 4명이 모일 수 있으니까 자의든 타의든 주 2회 정도는 저녁 내지 술자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수칙이 소용이 있나 싶지만, 찝찝하기도 해서 자취하는 친구 집에서 모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며 "오늘도 친구 집에서 동네 친구 세 명이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마포구에서만 영업시간을 어긴 술집 11곳이 적발됐다. 신남재 마포구청 언론팀장은 "최근 영업시간 제한 이후에도 운영하는 술집들을 신고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지난달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9시였는데 위반한 게 총 11건이었다"고 말했다. 마포구청은 방역수칙 점검을 위해 주 2회씩 위생팀에서 불시 단속하고 민원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현장에 나간다.

2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82명을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82명 늘어 누적 10만1757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신규 확진자 수인 505명보다 23명 줄었다. 최근 1주일간 일별 신규 확진자는 415명→346명→428명→430명→494명→505명→482명을 기록했다.

shc@tf.co.kr, jiyoon-103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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