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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진출 부인 안한 윤석열 '부패완판' 여론전

  • 사회 | 2021-03-04 00:00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대구고등·지방검찰청을 방문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구=이선화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대구고등·지방검찰청을 방문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구=이선화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 포함 지지자 모여…"수사권 박탈은 검찰 폐지" 강조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3일 정계 진출에 대해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반대를 위해 사퇴까지 거론하며 초강수를 둔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강경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 "공직자의 도리"라고 밝힌 윤 총장은 여론전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구고검을 찾았다. 정직 징계 처분을 받아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지난해 12월 24일 법원의 징계 효력 정지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뒤 가진 첫 공개 일정이다. 그는 앞서 부산, 대전 등지를 방문하며 일선 검사들과 접촉면을 넓혀 왔다.

윤 총장은 전날에 이어 수사청 설치에 반대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며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제·사회 제반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이런 부정부패 대응이라고 하는 것은 적법절차,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라는 원칙에 따라서 법치국가적 대응을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의 준비과정인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가 돼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3일 오후 2시 대구광역시 수성구 대구고등·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차량을 뒤따르는 지지자들 모습. /이선화 기자
3일 오후 2시 대구광역시 수성구 대구고등·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차량을 뒤따르는 지지자들 모습. /이선화 기자

윤 총장은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말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확답을 피했지만 이날 대구고검청사 정문 앞에서는 유명 정치인의 방문 시에 있을 법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윤 총장의 도착 예정시간인 오후 2시 전부터 지지자 100여명이 청사 앞으로 몰려들었다. 윤 총장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10여개의 화한이 늘어섰고, '윤석열 총장님 파이팅, 사랑해요' 등 문구가 적힌 피켓과 태극기도 눈에 띄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청사 앞에서 윤 총장을 맞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앞서 도착한 권 시장은 차에서 내린 윤 총장을 맞이하며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총장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 한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고맙습니다"라고 답하며 꽃다발을 건네받은 뒤 차에 올라타 대구고검 청사에 들어섰다.

윤 총장은 이날 대구고지검 검사 및 수사관 30여명과 가진 '선진국의 부정부패 법 집행 시스템' 간담회에서도 "수사권 박탈은 검찰의 폐지"라며 재차 수사청 설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검찰개혁법안이 시행된지 두달 만에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수사는 재판의 준비과정이므로 수사지휘나 수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만 하는 것은 검찰의 폐지와 다름 없고 검찰을 국가법무공단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융합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미국 등 경제 선진국들이 자국민의 복리와 직결되는 시장 투명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정부패에 대해 강력한 법집행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뉴욕의 증권범죄 대응과 반독점국의 카르텔에 대한 대응 등도 소개했다.

윤 총장은 오랜 침묵 끝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사청 반대 의견을 밝힌 데 대해 "검사생활 처음으로 인터뷰란 것을 해봤는데,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실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검찰제도를 제대로 소개하고, 지금 거론되는 제도들이 얼마나 부정확하게 소개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올바른 설명을 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간담회 도중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자도 원칙대로 처벌해 상대적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인사권자'의 의미를 묻자 "당연한 이야기다. 다 선배들에게 듣던 이야기니까"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을 향해 "마치 정치인 같다"며 최근 그의 '여론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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